살며 생각하며/넋두리 방

찾아먹을 생일이 얼마나 남았겠누 양력이고 음력이고 다 챙기자

로마병정 2015. 3. 16. 06:00

 

 

 

 

産氣가 보여

어머니 좀 오셔요 외할머님께 전갈을 하셨더랍니다.

허연 떡가루무친 채 달려오신 외할머님

아이는 벌써 세상밖으로 나온 후였으니   

시기도 얄궂은 섣달 스무여드레 어스름 초저녁 ...

 

너는 아이를 난것이냐 유끼다리마를 난것이냐 

들여다 보시면서 깔 깔 웃고만 계시더라나요

그게 나랍니다.

눈 코 입은 골고루 붙었는데

도대체 제자리를 못잡고 여기저기 헤갈을 했다나 뭐라나

 

 

엄마 딸 셋중에 왜 나만 못생겼어 

넌 첫애니까 실험용이었지이

 

 못생긴걸 만회하려구 공부에 매달렸었지요

대통령 부인도 못될거면서 ....^^

 

시집 온 다음해엔 "라도,라는 시계를 시어머님께서 해주셨고

그 다음해엔 두루마기를 선물 받았습니다.

그후론 날짜도 모른채 지나치는게 다반사였지요.

 

몇해 전 부터인가

양력이고 음력이고 다 찾아 먹자는 영감님

그래서 영감님도 일년에 생일이 두번 나도 두번입니다 ...^^

 

 

   양력생일엔 엄마 생진턱이다 나가먹자아

갖가지 쇠고기 구이에 회까지 대령

아들덕에 잘 먹었지요 ...^^

 

 

 

무릎통증엔 장어가 제일이라면서 둘이 마주 앉았습니다.

먹지도 못하는 잔을 왜 주느냐니까

쨍만하고 도로 달라나요 음력 생일이었구요 ...^^

 

 

 

 

두번의 생일이 무슨 의미가 있으며

우리집 만큼도 차려지지 못한 외식상 무에 그리 달갑겠는지요

필경은 노루꼬리 만큼인 남은 세월이 아까워서이리라...

 

실험용이었다시던 엄마의 너스레가 뵙고 싶습니다.

못생긴 아우지만 가슴에 빛나는 뺏지가 자랑스러워 동행한다는

큰오래비 작은 오래비가 자꾸 보고 싶구요

몸살이라도 날 듯 으실으실 추운 날 꿈엔

꼭 오래비들이 보입니다.

 

내 별명은 못난이었고

나이롱이라 불렀었답니다.

그렇게 싫던 그 별명들이 그리움이네요 지금은 ...

 

내 소원은

우리집 육간 대청에서 

내 친정엄마 생진상 떡 버러지게 차려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홀연히 떠나시데요

그게 가슴속 깊은 곳에 아림으로 굳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