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두들겨 패고 싶었답니다.

로마병정 2005. 11. 18. 17:49

 

청계천 복구의 잘 잘못을 가리기전에 난 그저 흐르는 물이 신기해서

마장 다리밑으로 나란히 보이는 새길을

떨어지는 빗방울을 기분좋게 맞으며 산책하고 있었답니다.

남편과 ...

 

커단 돌맹이를 척척 무자르듯 잘라내어 징검다리로 만들고

어린애 모양 펄쩍

팔다리 활개로 벌리고 건너는 커단 어린애<물론 어른들>의 경쾌한 모습을 보면서

다리 건너는 돌계단에 앉았답니다.

무심히 옆을 보니 얼굴색이 예사롭지않은 젊은이 .

아마 동남아 쪽?

 

고국에 두고온 정다운 식구들의 얼굴을

흐르는 물속에 그려보고 있었을겝니다. 필경은 ...

슬그머니 다가앉는 또래의 우리나라 젊은이

아마 같은 공장에라도 다니나보다 ...

 

그러나 아니었답니다.

고향이 미국이니?

미얀마니?

뭐 빨아먹자고 왔니?

나중엔 몸 일부를 들먹이며 빈정대기 시작 ...

 

내 옆에 무심하던 남편이 불끈

내가 참자며 남편을 부축이고 일어서니

검은 피부의 그 청년

겅중겅중 다리를 달리듯이 반대편으로 건너갔읍니다.

 

누운내내 잠이 오질 않았답니다.

손아귀에 힘이주어져서요.

그들과 같은 처지에 놓여있던 우리 세대들 ...

얼마 지나지않은 세월인데 ...

몇사람의 미련하고 야비함이 온나라를 검게 물들인다는 생각에

남편과 일찍 잠들지 못했답니다.

 

                           <2005. 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