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년 만의 폭설이었고 혹한이었던 2000년 1월 중순경 시아버님이 지구를 떠나 하늘로 거처를 옮기셨었다. 문상을 왔던 친구가 귀갓길에 넘어져 한참을 고생했단 소식 그 미안스러움은 아직도 남아있고... 엿기름가루를 물에 풀으면서 문득 막내 시 뉘 생각에 혼자 웃었다 베보자에 불려놓았던 엿기름가루 바락 바락 주물러 치대면서 손가락 끝에 감각이 없어질 때 즈음 가라 앉히느라 양동이에 담아놓았다. 찹쌀 멥쌀 반씩 섞어 불려 놓았으니 저녁 끝내고 쪄서 항아리에 앉힐 참이었고... 시 할머님이랑 식구들 다 모여있는 안방 문을 획 열여 젖힌 시뉘 언니 바께쓰에 담겨있던 뜨물 그거 내가 버렸어... 가슴이 쿵 내려 앉았다 평생 부엌엔 얼씬도 않던 막내시뉘 어쩌나 밤으로 들어서는 이 어둠 속에 다시 시장으로 나서야 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