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넋두리 방

시부모님 젯상 앞에서 숫한 속울음 삼키던 지난 세월이 떠올랐다 주마등처럼 ...

로마병정 2017. 1. 12. 06:00







어금니 안쪽이 너무 아프시다던 시어머님

간호사로 있던 시뉘딸의 치과로 모셨다

큰병원으로 모시라는 진단에 경희의료원에 입원

치과에선 벌써 암이시라는걸 알았다던데

우리는 아무도 몰랐었다 ....


그때가 1990년

이 집을 짓느라 얼굴 조차 못씻고 허가마로 뛰던 5월이었다  

낮에는 인부들 건사하고

밤에는 시모님 곁에서 밤을 지샜다.

석달을 입원 하셨고

왜 하필 내가 암이냐며 절규하시는 통곡소리에 입원실이 늘 마비상태

일곱살 짜리 환자 

이십 여살이 채 안된 환자

꽃몽오리나 진배없는 그들에게 얼마나 미안했던지 ............ 


어머님 왼쪽 귀뒤로 펑 뚫린 구멍이

죄받을 소리지만

얼마나 투명하고 아름다운지 빚어 놓은 얼음 조각품 같았었다


팔월 어느날 병원측에서 이젠 집으로 모시란다

무슨 암이냐 여쭈었더니

어느 장기에 암이 들어가지 않았느냐 물어야 옳단다

온 장기에 다 퍼졌다면서 

그러면 병원에선 입원 석달동안 무얼 한걸까 ...?


            아직 도배 조차 끝내지 못한 집은 어수선한 먼지투성이

            방한개 서둘러 바르고 모셨고 

           그리곤 며칠만에 돌아 가셨다

아들이랑 우리부부 셋이 마지막 모습을 지켰다.


양영대군의 17대손이시라며

쌍그랗게 차려 입으시곤 늘 꼿꼿하게 살아 내셨고

그 밑의 난 상놈인양 주눅들어 살았다

나도 양반축에 들어 있는데 ...^^


얼마나 더웠었는지

삼우제 지내고 벗어던진 내 양말속에 

문정 문정 살점이 묻어 나왔던 몇십년만의 더위였었다.

1990년 음력 칠월 초이틀



설날 아버님이랑 시뉘들 은찬이                        세째딸의 돐잔치                                            생진날 케익에 불끄시는 시어머님



입대하는 은찬아범의 뒤를

사라 질 때 까지 눈을 떼지 못하시던 옥상위의 시아버님

병환중이셨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친구까지 있으셨다

꽃뱀이었다.


시어머님 장롓날 저녁

마음이 심난하니 나 여행 보내 달라 조르시던 철부지 어른

삼우제 지내고 보내 드리마 달래었다.


삼우제 지내고 여행 가시라 두둑히 챙겨드렸다.

물론 그 꽃뱀 여자에게 주시려는 돈인지

어른 애 우리 식구들은 다 알고 있었다


세배차 오시는 분들의 손에 하나 같이 들려있던 담배 한보루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걸 애들에게 시켜 팔아오라 하셨단다

니에미 모르게 해라 ......


어느 날

정리하리 열었던 애들방의 장농에서 담배가 와르르르 쏟아졌다

얼굴이 하얘지던 애들의 모습 

팔다 팔다 팔곳도 없고 창피한 생각도 들어

자기들 용돈을 할아버지께 드리고 감춘 담배란다

떠들석 아홉시 뉴스에나 나올법한 빅뉴스거리다. 


시뉘들에게 사위들에게

그리고 우리들이 드리는 용돈에

담배 판돈

내게 은근히 엄포 놓으시며 빼앗아 챙기신 솔찮은 금액들

돈이 될만한 당신방의 물건들이 하나씩 없어졌다

금반지 시계 라듸오 선풍기 그리고 반반한 옷에 내가 떠드린 쉐타에 털속바지까지

그러나 난 타내지 않았다

드리는 동시에 그분것이니까 ......


일층까지 내려가시지 못할 만큼 걸음이 부실해지신 아버님은  

창에 매달려 밑으로 돈을 던지셨다

물론 내통한 그 여자는 밑에서 올려다 보았고 ...

어느날

내게 애들에게 그리고 애들 아버지한테 딱 걸리셨다

그 여인에게

생활비를 줄터이니 아버님 모시고 가라했다

다시는 이 근처에 오지 않겠다고 뛰듯이 도망갔고 ...


그리곤 장 장 삼년을 뒤를 받아냈다

당연지사 남편은 그런거 하면 안되는줄 알고 힘들단 엄살 한번 못부렸다.


은찬아범의 오줌 똥 시중보다

시아버님 아랫도리 만지는 기간이 몇배 더 길었다 

그리곤

46년 만의 폭설에 북극 버금가게 꽁꽁 언 깊은 겨울 

바로 그 해 떠나셨다

2000년 90세로 .....   


도저히 빠져 나올수가 없어

제사참례를 못하겠다 연락온 은찬아범

병풍도 젯상도 다 걷어치운 오밤중에 들어와

젯상 놓였던 방향으로 넙죽 두번 절을 하고

죄송합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 



내 나이 이제 77살

혼이 앉을 자리에서 탕국 마시며 자손들의 절을 받을 만큼 늙었다.

처음으로 기제사를 합치자 했다

시조부님 두분을 함께 ...

시부모님 두분을 또 함께 ...


아직 결정된 아무것도 없는데

죄스러워 잠이 안온다.


먹을거 입을거 따순방 온수가 펑 펑 

이런 호사스런 세월에서 

이래도 되는건가

필경은 나 벼락 맞을꺼 같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