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죽은듯이 묵묵했던 불두화
싻이나고 잎이크고 꽃몽오리 맺히리라 상상조차 안되건만
이른 봄부터 서두르며 오월을 준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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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두상을 닮았다 붙여진 이름이라던가요
수국의 둥근 모양새와 구별이 됩니다
맑은 햇살이 비쳐들어 평화롭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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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서 쫓겨나온 애들의 화려한 오두막집
멋진 불두화가 심겨진 전원주택이 연상됩니다
창이 슬쩍 가려져 들여다 보이지 않아 오붓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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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초리 닮은 초라한 나뭇가지 한개 심은지 여러 해
이젠 옥상 한 켠을 꾸며주는 효자나무네요
몇번씩 물을 주어야 할 만큼 왕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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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자주 벌컥 벌컥 얻어 먹은 물 탓인가
시시각각 하얗게 변하는 꽃송이들
얼굴들을 반짝 쳐들고 으스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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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엔 초에 불붙인양 훤히 밝혀집니다
한송이 한송이가 다 부처님 두상입니다
향기없는 탓에 벌 나비는 무심하고 진딧물만 북적 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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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오리가 보이기 시작하면 난 이 나무에 매달립니다
잘 살아 주어서 고맙고 고와서 고맙고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는건 겨우 물주기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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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로 저리로 보아도 대견스러운 불두화
송이들의 높낮이를 인위적인 꽃꽂이로 어찌 따라 잡으리요
우리들의 곷꽂이 작업은 자연을 최대한으로 흉내 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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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가 지나간 덕에 얼굴 반짝 꽂꽂했어요
더욱 싱싱하게 화려했고 환했었지요
그런데 이모습이 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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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설친 광풍에 거센 빗줄기라 힘들었는지
꽃송이 마다 물을 먹음어
못 견디겠던가 고개가 푹 숙으러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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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요행은 아직 개화기가 많이 남아
흥건한 물방울에도 꽃잎을 떨구질 않았네요
햇살 쨍 개인날엔 발딱 다시 일어서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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