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늙은이 해맞이 하며 따 냅니다.
후루룩 뿌려놓은 씨가 제법 실하게자란 실파
두웅큼 쯤 드문드문 솎아내고
어디서 날아왔나 뾰족거리며 솟아난 깻잎도 똑똑 바구니에 담습니다.
바람에도 휘날릴듯 커닿게 자란 비트잎 상추잎
요것 조것 모은게 한바구니가 철철입니다
정갈하게 씻어 숭숭
냉장고구석 이리저리 굴러다니던 풋고추도 표고도 송송
고추장 된장 푼 밀가루물에 듬뿍넣어
밀전병을 부칩니다.
발갛게 익는 냄새 제법 구수하네요
실은 두사위 모두 녹두빈대떡을 좋아하지만
맛갈스럽게 익은 배추김치가 없으니 밀전병으로 대신합니다.
요사인
내수고 던다며
점심 식후에 왔다가 저녁 식전으로 줄행낭 ...
귀여운 녀석들입니다 .
난 깎듯한 사위대접은 애저녁에 모르지요
머슴아들 오륙년씩 드나들다 사위가 됬으니 ...
조금 더 있다가 사위대접하리라가
십 삼사년이 흘렀네요
애들 차속에서 보채진 않았니?
생각보다 오래걸렸다 얘 ...
차가 막히진 않던?
이런 말로 인사를 대신한답니다.
이것 드시게나
저것 드시게나
웃 옷은 벗으시게나
울엄마가 내 남편에게 하셨던 모든 건
오히려 간지러움이었던 오십대 초반에 얻은 사위였으니까요.
기냥 이대로 살다갈까랍니다.
실파 토막내고
식초 찔끔 떠러뜨리고
깨소금 조금 들뜨린 양념장
커단 소쿠리에 수북히 밀전병 ...
상보 살짝 제치며
귀까지 올라가는 사위들의 입술언저리가 보여져
미리 행복입니다.
<2006,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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