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넋두리 방

별난 엄마래 치 ***

로마병정 2006. 6. 28. 10:01

 

계단을 내려 뛰다가 다시 들어 와

키와 핸드폰을 거머쥐고 다시 후다닥 내리뛴다

옛날엔 전연 필요치도 않았고 없어도 됬던 물건 들..

 

가장 중요한 밥먹을 짬을

가장 뒤로 제쳐놓고

여유가 조금 생겨야 밥먹기를 챙긴다.

*

*

그전 그전 땐

네 아이들 깨우는것도 전쟁이었다

도시락 싸기도 노동이었고

빈도시락 틈새 틈틈이 닦아내는 것조차

커단 힘겨움인데

아침마다 깨워서 도시락 들려 등교시키는거

그거 얼마나 고됨이었는지 ..

다리미질 하는 뿌리개로 물도 품어보았고

어느땐

드라이 더운김을 얼굴에 씌워도 보았고 ...

 

오늘은 냅두리라

학교엘 가거나 말거나 

여섯개 도시락 씽크대위에 나란히 대령해 놓은채다<큰애들은 두개씩>

 

아홉시가 지나도록 방마다 강감무소식

막내녀석 스쿨버스는 벌써 떠났으리라

냅두는 내속도 만만찮게 들 끓는다

 

안방문을 꼭 닫은채 신문에 열중인척 나 ..

온 신경 방마다 문여는 소리에 내걸린 내 귀 

 

열시가 거의 되 갈무렵

수런거리고

아우성이고

쿠당탕 거리고

집이 무너져라  군화소리보다 더크게

뛰쳐 나가는 네 새끼들의 등교전쟁

 

슬그머니 부엌으로 가보니

도시락 놓았던 자리가 비어있다

먹을준비는 암팡지게 했구만

 

전화번호를 눌렀다

학교가 가장 가까운 머슴아 부터

 

웃느라 대화를 도대체 못하는 담임 선생님 들 ..

큰 애 담임은

선생님 노릇 삼십여년에

이런일은 처음이라며

별난 엄마로 별명을 지어 준단다 ..

 

일 이년에 끝날 등교가 아니구만

그 많은 날들은 어떻게 깨우나

심통이 하늘에 닿았었느니 ...

 

그후

삼 사년을 깨우지 않아도

제시간에 잘 일어들 납디다

헤헤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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