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넋두리 방

또 사건 **

로마병정 2006. 6. 23. 13:44

부릉거리는 커단 소리에 묻혀 핸드폰속의 모기소리는

"눈에서 피가 낫다구요. 뿐이다.

 

귀속기능 조차도 늙음따라 쇠퇴 중인가

 

떠러트릴뻔한 핸드폰을 다른귀로 옮겨 다시 다그쳤다

엄마 줄줄나는게 아니구요 손수건에 조금 붉게 묻어서요

의료보험 어딨냐구

 

데구르르 구를 아픔이 아니면 절대로 아프단소릴 안하는 미련퉁이가

의료보험을 찾으니 예삿일은 아니다

 

옷방 왼쪽 설합장 두번째 칸 ..

다시 걸께요

끊겼다.

 

화분에 물주는 일 대신해 주마

장마중이라는 하늘의 약속 받고

강원도로 줄행낭 치는 중이었다

 

내 안색 살피는 딸내미와 영감

세수수건에 조금 붉으스레 물이 들었다나 뭐라라

의료보험 어딨냐구요

짐짓 대수롭지 않은 일일거라고 딴청으로 얼버무렸다 ......

지금 버스가 되 돌아 갈것도 아닌 걸 괸시리 두식구 불안하게 할꺼 뭐 있나

 

출근 서두르는 아들 옆에서 더 서두르며 먼저 나온 나

다녀오마 넓은 등짝에 탕탕 손바닥 치면서 그냥 나온 나

얼굴 한번 마주보구 나올 껄 ... 

 

승용차에 타도 넉넉할 승객 네개 태우고 속초로 가는

멋드러진 우등버스가

언제오나 언제오나 탄식했다는 인제옆을 지나는 중이었다

 

내 속은 침착의 경지를 이미 지났고

내리지도 못할 달리는 버스안은 그대로 지옥이었다

 

언제였던가

마등령으로 설악을 넘겠다며 지나치던 오세암이 머리를 스친다

관세음 보살

당신의 뜻대로 하소서 

당신의 뜻대로 하소서

관세음 보살 .....

 

열시간 처럼 지난 한 시간 쯤 후

엄마

회사에서 지금 막 집에 도착했는데요

의료보험 ...

엄마 어느병원으로 가?

전농동 로터리 홍안과

내소리가 끝나기도전에 끊긴다

다리도 팔도 배도아닌 하필 눈

 

버스는 속초로 들어서고

비는 부슬거리고

연락은 안 오고

 

큰 수술건은 아닐까

괸찮을께야 

관세음 보살 도와 주소서 ...

 

내 끓는 속내를 어림 조차도 못하는 영감님

설악산으로 들어서고 ........

 

걸을수가 없다

주저앉고 싶은데

영감님 놀랄까 내색도 못하고 ...

 

얼마나 지났을까

엄마 괸찮대

어제 축구하다 모래알이 들어갔대나봐

며칠 지나면 괸찮대요

잘 놀다 오세요 ...

 

쏟아지는 장대비조차 우산 제쳐 손안으로 받아본다 

몸을 날릴듯 세찬 바람도 음악처럼 경쾌하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열심히 합장을 하는 나

아무것도 모르는 영감님 연신 눌러대는 셧터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몇시간의 지옥속에서

천국으로 바뀌는

신흥사 사천왕상 앞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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