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넋두리 방

내년엔 잘 차려드릴께요 약속했던 작년 그런데 또 이렇게 소찬이네요 엄니 ... _()_

로마병정 2011. 8. 1. 14:29

 

 

 

선풍기를 구입하러 다녔지만 없었습니다

단골가계에서도 도리질만 하구요

딱 두개 틀어 놓고 시어머님 장례를 치룹니다

 

새로 집을 올렸고

두달여가 넘게 입원하고 계셨던 경희의료원

은찬할배는 새 집을 지었는데 어머님 살아 보시지도 못한다 가슴 아파

어차피 퇴원시키라는 의사 말씀대로 집으로 모셨습니다

 

무슨암이예요 묻는 내게

암덩이가 들어가지 않은 장기가 어디예요 물어야 옳을거 같다면서

온 몸에 다 펴지셨다라는 의사선생님

 

몇십년 만의 폭염이라면서 외출하지 말라 티비 뉴스마다 당부소리고

채 살림살이도 올려오지 못했고

도배 겨우 끝 낸 집안으로 모셨고

딱 일주일만에 세상을 뜨셨습니다.

 

일층도 이층도 삼층도 아직 텅빈 집

사층에서 차린음식들 이층으로 삼층으로 손님앞에 옮기는 사이에도

 상해서 버리는게 반이었습니다

 

차라리 안주가 간단한 맥주로 하자

차게식힌 맥주를 먼곳까지  가 구해보지만 그것조차 태 부족

어렵사리 어렵사리 삼우제까지 치루고 양말을 훌꺼덕 벗는데

는실는실 살점이 양말에 묻어 나왔습니다

 

그런데 그날이  이십여년전 오늘

밤열두시에 지내다 보면 돌아가신 날이 되지만

지금은 열두시전에 다 끝나버리는 제사

그래서 내 마음대로 돌아가신 날 지냅니다

아무도 모릅니다 내 혼자 결정이지요 ....^*^

 

전유어를 이것저것으로 준비하자

과일은 어떻고

나물은 색색으로 사야지

억수속에 경동엘 나가자는 영감님 거스르기 싫어서 주춤거리며 따라나섯지만 

폭우에 시장골목 헤매기란 용의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이것도 저것도 생략합시다

혹여 물에 잠겼을지도 모르는 일 어머님은 다 아실 터

조금씩 조금씩 정갈하게 차립시다 우기고 꼬시고 또 우기고 

한접씨거리씩만 준비합니다

 

이번엔 처음으로 내가 이겼습니다

그래서 아주 조금씩 어머님 저녁 준비를 하고있습니다

 

46년만의 폭설이라는

입이 얼어 말도 안나오던 혹한에 떠나신 

섣달 중순경의 시아버님

꾸무럭 꾸무럭 둥싯대면서 아버님 저녁까지 준비하고 있답니다

 

잠시 들어 와

울먹거려지는 속 끄적 끄적 달래보는 

그치다 오다 그치는 빗속의 엄니 기일입니다   ....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