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넋두리 방

아버님 죄송합니다 ....(4)

로마병정 2011. 7. 24. 16:58

 

 

 

 

얘 고추장 된장 있자?

아버지 고추장은 겨우 한양재기 정도밖엔 없는데요

그거면 되었다 좀 싸라

 

고추장이 해마다 모자랐었다

공장 종업원에 죄없는 상추나 배추로 쌈을 먹으면서

반찬 보탬을 하던 터라서 ...

 

한 양재기만 남았다하면 된장만 싸렴

그러실줄 알았는데

 

어쩌나 한종지로 줄여쌀수도 없고

하늘같은 엄명에 속으로만 꿍꿍

 

닥닥 긁은 고추장은 두어양재기나 된다.

우선 반반한 그릇에 반만 담고

된장도 두어양재기 담아

얌전하게 비닐봉지에 쌓았다

 

아버님은 아직 방에 계신데

들고 나가시다가 아들(은찬할배)이라도 보면 어쩌나

부뚜막 옆에 얌전하게 감추고는 안방으로 들었다.

 

아버지 나가셔서 왼쪽골목으로 돌아 주욱 가시다가

오른쪽 맨 끝집 그 쪽문옆에 놓고 올께요

버젓한곳에 놓으면 누가라도 들고갈까 염려되어서다. 

찾아 들고 가셔요 ....

 

알았다.

 

개집보다 훨씬 큰 씨멘트 쓰레기통이 대문마다 한개씩 놓여있던 때

쪽문과 고 쓰레기통 옆 틈바구니에 놓고 부지런히 뛰어왔다

가슴이 오랫동안 뛴 기억도 나고

내 지금 이꼴이 무언고 한심하던 기억도 나고 

 

아침 설겆이 거의 끝내고

점심준비까지 서두르고 있는 참에

무엇이 탁 부뚜막 위로 내동댕이 쳐 졌다 

고추장 된장이 터져 부뚜막에 가득  

 

오십은 넘었을것 같고

육십은 아직일것 같은 날씬한 여자하나가

금새 보낸 고추장 보퉁이를 팽개치며 아우성을 쳤다

우리가 거지인줄 알우

 

불같은 성미인 아들(은찬할배)이라도 들이닥치면 어쩌나로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간 한 귀퉁이 또 떠러져 나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