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넋두리 방

아버님 죄송합니다 .... (1)

로마병정 2011. 7. 12. 12:40

 

 

저녁상 물리신 시엄니

슬그머니 내게로 다가 앉으시면서 소근거리신다

심각한 요구를 하실때의 어머님 눈빛은 짙은 희색빛으로 변하시는데

가슴이 먼저 훌꺼덕 두려움에 뒤집혔다

설겆이 끝낸 손엔 아직 물기도 마르지 않았는데 ...

막내시뉘 첫아들 낳아 산관하느라 집안은 온통 부산스러웠고 ...

 

살살 뒤 쫓아 가봐라

네 시아버님 이제 막 나가셨다 ........................................

 

내가입는 옷들은 들킬것이 뻔 해

애기낳고 누어있는 막내 시뉘옷을 줏어입고 아버님 가신 길따라 아실랑 나섯다.

 

삼십팔년 전이니 모두가 가난스러웠고

닥지닥지 붙은 청계천 변의 집들은 그야말로 게딱지

작은집에 여러식구 살려니

집 앞에 놓인 평상은 차라리 집보다 더 넓은 대궐이었으리라

더위를 피하느라 쏟아져나온 사람들은 장날 모인 장꾼들보다 더 벅적거린다

 

그 틈바구니를 어리버리 쫓다가 아버님 뒷모습을 잃었다   

너 어디가니?

오히려 내가 뒤 밟힌 꼴 ....^*^

내 간은 그때 한귀퉁이 떠러져 나갔다.

 

들어가자

총총이 앞서시는 아버님 뒷 켠에서 돌아오는 내 심정

시엄니께 뭐라하나

그 생각에 골돌한 사이

아버님은 빛보다 더 빠르게 몸을 감추셨다.

 

그 당시 아버님은 마장동 다리곁으로 다다다닥 붙은 어느 한 구석집에

젊은 여인하나를 감추어 두셨었다.

그 집을 뒤밟아서 찾아 놓으라시는 시엄니

 

그날은 공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