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넋두리 방

아버님 죄송합니다 ....(2)

로마병정 2011. 7. 14. 11:04

 

 

이승에서도 다 못채워 저승까지 가져 가신단다 

그 대단한 바람기를 .....

마주앉은 점쟁이 아주머니의 심각한 얼굴

오그라들어 숨도 쉴수없는 내 가슴 ...

 

손주 며느리 과수

며느리 과수

그리고 시할머님 과수 ... 그집 된장이 필요하고

호랑이.. 그리고 의 수염세개씩이 필요하고 ...

 

지천으로 마주치는게 개와 쥐지만 호랑이라니 ...

부엌 아궁이 옆이 제집인양 반짝거리며 내다보던 새카만 쥐눈알이  떠올랐다 .

호랑인 어떻게 ?

힘드니까 고양이로 해

그 세짐승의 수염을 세개씩 구해 오라며 

다음 사람 ...

 

쫓겨나온 내 신세 .

 멍하니 보이는 먼 하늘엔 절망만 가득했다.

 

아침이 오는지 밤이 가는지

시아버지에 대한 원망만 눈더미 처럼 커간다 .

 

참다 참다 못한 며칠 후 

다시 점쟁이 아주머니댁 문을 밀치고 들어섯다

구했어?

말할 기운조차  없어 고개만 절레절레 .

 

내가 구했어

다 구하는 수가 있지 ...

기억은 희미해도 거금을 넘겨주었던거 같다 .

 

손아귀에 꼭 끼고 뛰는 내가슴은 발보다 더 뛴다.

어떻게 먹여드리나 

얼마나 죄를 받을까

정신의 반은 나간 상태였으리라 ...

 

커단 고등어 앞뒤로 살만 발라 살짝 절여

고거 빠져 나갈세라 밀가루 두툼하게 입히고

계란은 더 두툼하게 씌워 튀겼다.

 

세짐승의 수염을 태워서 먹이라는 점쟁이 분부 ...

생선이라면 회를 치시는 시아버님 상에

고등어 사이에 끼어서 푸짐하게 올려놓았다.

그때의 그 떨림과 죄스러움을 어디다 비교하리요 ..

 

된장은 잘 신으시는 신발 밑바닥에 바르란다 .

쭈그리고 앉아 시아버님 구두 바닥에 된장 바르면서

시집을 왜 왔노 시집을 왜 왔어 한탄 하면서

떨리는 오른손을 왼손으로 움켜 잡았었다.

 

잡수시는 모양새를 차마 볼수없어

등에 애물단지 매달고 청량리 쯤까지 냅다 뛰었었다.

얼마나 흘렀을까 

느릿느릿 되돌아오는 내 발걸음은 천근은 훨씬 넘었으리라

 

고등어 접시가 핥으신듯 깨끗하다.

성공 ...

 

점집에 다녀오라는 시어머님 분부 받자와

물어 물어 찾아간 점집이었다 .

그래서 받아 낸 비방

그 비방을 시어머님께 알려드리지도 못한채 혼자 낑낑 ..

까맣게 모르신채 저 세상으로 떠나셨고 ...

 

그렇게해서 시아버님 바람기는 잡았느냐고?

에구 90 에 돌아가시는데 88세 까지 그 바람 못재웠다니까 ...

 

설 준비 하다가 마주앉은 영감님한테 그때 얘기를 

삼십사년전의  묵은 사건 ..

가슴에 박힌 못한개 다시 뽑아내는 순간이었지 ...

하늘에 계신 시어머님 지금쯤 그사건 짐작이나 하실까

 

영감님 왈

그때 얘기해 줬더라면 어머니고 ㄴㅂ 이고 끝장 냈을텐데 ...

삼십 하고도 사년만에

가슴속 못 하나가 쑤우욱 빠지는 순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