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에서도 다 못채워 저승까지 가져 가신단다
그 대단한 바람기를 .....
마주앉은 점쟁이 아주머니의 심각한 얼굴
오그라들어 숨도 쉴수없는 내 가슴 ...
손주 며느리 과수
며느리 과수
그리고 시할머님 과수 ... 그집 된장이 필요하고
호랑이.개. 그리고 쥐의 수염세개씩이 필요하고 ...
지천으로 마주치는게 개와 쥐지만 호랑이라니 ...
부엌 아궁이 옆이 제집인양 반짝거리며 내다보던 새카만 쥐눈알이 떠올랐다 .
호랑인 어떻게 ?
힘드니까 고양이로 해
그 세짐승의 수염을 세개씩 구해 오라며
다음 사람 ...
쫓겨나온 내 신세 .
멍하니 보이는 먼 하늘엔 절망만 가득했다.
아침이 오는지 밤이 가는지
시아버지에 대한 원망만 눈더미 처럼 커간다 .
참다 참다 못한 며칠 후
다시 점쟁이 아주머니댁 문을 밀치고 들어섯다
구했어?
말할 기운조차 없어 고개만 절레절레 .
내가 구했어
다 구하는 수가 있지 ...
기억은 희미해도 거금을 넘겨주었던거 같다 .
손아귀에 꼭 끼고 뛰는 내가슴은 발보다 더 뛴다.
어떻게 먹여드리나
얼마나 죄를 받을까
정신의 반은 나간 상태였으리라 ...
커단 고등어 앞뒤로 살만 발라 살짝 절여
고거 빠져 나갈세라 밀가루 두툼하게 입히고
계란은 더 두툼하게 씌워 튀겼다.
세짐승의 수염을 태워서 먹이라는 점쟁이 분부 ...
생선이라면 회를 치시는 시아버님 상에
고등어 사이에 끼어서 푸짐하게 올려놓았다.
그때의 그 떨림과 죄스러움을 어디다 비교하리요 ..
된장은 잘 신으시는 신발 밑바닥에 바르란다 .
쭈그리고 앉아 시아버님 구두 바닥에 된장 바르면서
시집을 왜 왔노 시집을 왜 왔어 한탄 하면서
떨리는 오른손을 왼손으로 움켜 잡았었다.
잡수시는 모양새를 차마 볼수없어
등에 애물단지 매달고 청량리 쯤까지 냅다 뛰었었다.
얼마나 흘렀을까
느릿느릿 되돌아오는 내 발걸음은 천근은 훨씬 넘었으리라
고등어 접시가 핥으신듯 깨끗하다.
성공 ...
점집에 다녀오라는 시어머님 분부 받자와
물어 물어 찾아간 점집이었다 .
그래서 받아 낸 비방
그 비방을 시어머님께 알려드리지도 못한채 혼자 낑낑 ..
까맣게 모르신채 저 세상으로 떠나셨고 ...
그렇게해서 시아버님 바람기는 잡았느냐고?
에구 90 에 돌아가시는데 88세 까지 그 바람 못재웠다니까 ...
설 준비 하다가 마주앉은 영감님한테 그때 얘기를
삼십사년전의 묵은 사건 ..
가슴에 박힌 못한개 다시 뽑아내는 순간이었지 ...
하늘에 계신 시어머님 지금쯤 그사건 짐작이나 하실까
영감님 왈
그때 얘기해 줬더라면 어머니고 ㄴㅂ 이고 끝장 냈을텐데 ...
삼십 하고도 사년만에
가슴속 못 하나가 쑤우욱 빠지는 순간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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