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넋두리 방

내생에 마지막이 될 까스렌지를 샀습니다.

로마병정 2012. 10. 29. 07:00

 

 

 

 

수런 수런 단풍의 고움을 시샘하듯 비가옵니다

어제저녁으로 보일러 공사 끝

머피의 법칙이란 단어가 나로 인해 만들어졌거니 늘 불만이었는데

오랫만에 맛보는 묘한 행운의 기쁨입니다

비가 하루만 먼저왔더라면 또 뒤로 밀려나갔을 터이니요

 

바르고 부치고 닦고 씽크대 제자리 찾기까지 

장장 보름이 넘었지 싶습니다.

 

 

영감님 방사선 치료차 모시고 병원동행

돌아온 난 무릎치료차 정형외과 출근.

얼마나 힘겨운 나날이었던지요

 

 

13년째 쓴 까스렌지가 라이터를 그어대야 불이 켜집니다

부엌 다 들어 낸 이참에 새로구입하자는 나만 제친 식구들의 역적모의 

생선굽고 난 후 닦기가 영 귀찮아 이번엔 그릴 없는걸로 구입했어요

 

 

먼저것도 빌트인 그릴쿡탑이었지만 몸체는 있었는데   

이번것은 아예 몸체가 없더라구요

예쁘고 깔끔 간단하고 ...^*^   

 

 

 

세척기를 내다버리고 나니

씽크대 상판이 잘 맞지를 않네요

 

 

 

 

스위치가 있던 몸체가 없어진대신 상판에 있더라구요

아직 익숙칠 않아 손이 자꾸 먼젓번처럼 움직여지구요  

 

 

 

 

까스렌지 몸체있던 자리가 텅비어

설합을 짜넣던지 선반을 달던지 궁리 좀 해봐야겠어요.

 

 

 

 

큰딸내미 시집보낸던 해에 들여 온 전자렌지

장장 19년 이참에 내다 버렸어요

 

 

 

 

전자렌지 옛자리엔 양념통들을 넣을것이고

 

 

 

 

히죽 히죽 웃어가면서 사진을 찍다 힐끗 올려다보니 

새벽에 뭔 도깨비 장난이었는지 .....^*^

 

 

 

 

사람만 남겨놓고 그릇들은 몽땅 내다 버리라는 영감님

그러나 그릇 한개 한개마다 애들 길러 준 사연들이 들어있어 

선뜻 내다 버리기가 내키지 않지만   

고르고 제치고 또 골라 이참에 아주 정리 좀 하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