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의 먹거리.

겨우살이 준비에 바쁜 내 곁을 가을이 빠르게 지나갑니다.

로마병정 2019. 11. 9. 13:23






 

동생 친구 고추밭에서 풋고추를 땄었습니다

흉측스런 벌레에 뭉클어진 고추에 뒤엉킨 고춧잎까지

잔손질이 참 많이 가네요. 


예서 제서 보내주시는 블친들의 고추 선물

여간한 정성이 아닐거라는 것 새삼 다시 알아 졌습니다

괴산표 화천표 그리고 포천표 보물 풋고추들

너무 너무 감사 드립니다 ..._()_





땅바닥이 불편스런 두 노친네

김장할때 사용하라 두째가 사준 저 사각 비닐

상위에 놓고 먼곳에서 온 고추를 고릅니다 ...^^






무말랭이와 함께 간장에 담갔다가

이른 봄부터 꺼내 맛깔스럽게 무칩니다

친정 엄니의 해를 거르지 않으시던 갈무리 법입니다.


 






매운것이나 덜 매운것 두가지를 쫑 쫑 쫑

훌 훌 섞어 물끼를 거둔 뒤

냉동시키고 해를 넘기도록 먹습니다.







대개 마지막녘의 풋고추는 야속토록 매운 법

T스푼으로 말짱하게 씨를 발려내고 소금물에 우려 건져 

부침가루와 튀김가루를 반씩 섞어 훌 훌 버므립니다.


 






슬쩍 쪄서 해바라기 시키려 옥상으로 모십니다

건조기에서 말린것은 록색이 그대로 살아있어

정다움과 자연스러움이 없는것 같아서요.


 




 






낙낙하게 기름 부은 팬에서

눈 깜짝 할 새에 튀겨 냅니다

와삭 와삭 아사삭 씹는 소리부터 경쾌합니다.







한번 쪄낸 고추에 다시 가루를 입혀서도 말려 봅니다

맛이 어떨지는 실험해 보질 못했네요

더 아삭 아삭 고소하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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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꼭지가 달린채로 깨끗이 씻어 물끼를 걷우고

2cm쯤 꼭지를 남기고 잘라 포크로 고추끝을 뚫습니다

간장물이 바닷물 처럼 잘 드나들라고 ...^^

 





간장  까나리 소주 식초  매실청 생수

휘이이 휘이이 젓어 가면서

내 혀에 익숙한 맛을 찾아 모두 섞어 줍니다

 

 






조붓한 통에 담아 위에 겅그리를 놓고

돌솥냄비 뚜껑을 올려

간장이 떠오르지 않도록 짓눌러 한쪽으로 밀어 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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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가 있는김에 애 어른이 다 좋아하는 오징어 졸임을 하렵니다

순하고 보드라운 고추를 고르고

오징어 여덟마리를 구입해서 졸였습니다.






데친 오징어가 있는 김에 

칼집을 넣은 몸의 부드러운 부문만 골라

매콤하고 달콤하게 무와 섞어 무침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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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채박스 남았던 고추 끄집어 냅니다

가루무쳐 살짝 쪄서 갖은 양념에 무칩니다.

고추가 있는 김에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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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냉수 콸 콸 쏟아지는 것 

휭 휭 세탁기 잘 돌아가는 것 

오들 오들 두 늙은이 춥지 않게 지내는 것

자질구레한 일상들이 거침없이 돌아가는것

커다란 행복이었다는 것을  


어딘가가 터졌다면서 방마다 청진기 대고 진찰

망치로 때려부수느라 부엌집기들 다 꺼내고

장농들 끄집어 비켜 놓고 옷 다 꺼내고

단수를 시키니 세탁기도 설겆이도 만사가 스톱


뒤죽 박죽 설쳐댄 며칠 

집기들이 제자리를 찾으려면 에구 난 이제 죽었네  


피난생활 하던 칠십여년 전이 주마등처럼 지나 갑니다 

그러나 

그땐 생명이 붙었다 떨어졌다 하던 전시

지금은 이 치움조차도 행복이니라로 가닥을 잡습니다  ...^^ ^^




가을의 신비와 고움이 슬금 슬금 사라지는 가을 끝

가장 신나게 만끽들 하시길 바랍니다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