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넋두리 방

영감이 삐쳤다구 ....

로마병정 2006. 12. 14. 11:09

 

옥상까지 배달 해 주는 절인 김장배추 ..

항상

집안 거덜이라도 나는 듯 염려하는 영감

이맛살에  줄이간 듯 산뜻한 얼굴이 아니라서

올해는 그냥 배추로 들이리라 ......

금요일에 들여다가 토요일에 해 넣으면

출근하는 애들이 좀 푸욱 쉬겠지

 

아들 출근한 뒤 미쳐 새벽 일곱시

덜렁 거리고 배추시장으로 .....

40일 배추에 미리 데인 상처 때문에

배추 고르기가 남편 고르기 보다 더 힘들어

 

안면이 있는 집 앞에서 기웃기웃

반색하는 아주머니 한테 홀딱 빠져

차 들이대고 필요한거 다 주섬 주섬 주섬 ......

 

옥상으로 나르면서 궁시렁 대는 영감

그러게 절인거 사면 배달 다 해주고 얼마나 편해?

당신도 좀 당해 보시지?

입속으로만 쫑알쫑알 ......

 

얼마 줬는데?

그전 같으면 삼분의 일쯤 툭 잘라 버리고 줄였겠지만 

2500원!

배추를 다 뽑아 버린다는데 그렇게 비싸?

내년부터는 차라리 절인거 사지!

 

무 다듬어 동치미 담구고

배추 다 절이고 양념 씻어 썰고  ...

 

점심 한술 뜨고 나간 사람이 기척이 없다

이상한 지고 ....

종일을 종종 시중 들어 줄 사람이 외출이라니 ....

은근히 신경이 쓰인다.

에구 배추값을 차라리 1500원으로 줄일 걸 .....

슬그머니 후회스러운 오후!

 

얼마만에 들어 와 하는 말 

올들어 가장 비싼 날이라네 오늘이

다른곳엘 알아봐도 2500원이래 ...

 

종일을 뿌루퉁 삐쳐있던 영감님

새새대고 웃는 얼굴에

덩달아 서운함도 사그러 들고 .....

 

내년에도 생 배추 사서 절이고 싶단 생각

슬그머니 드는

둘러앉아 먹는 저녁 식사시간.

 

뼈도 없이 흐물거리는

내 꼬락서니

한심하기도 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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