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넋두리 방

살짝 데쳐낸 물 ..

로마병정 2007. 2. 14. 18:08

 

 

 

 

오징어야 물오징어! 

낄낄낄 웃으며 검은 비닐봉지 들고 들어서는 영감님!

푸추하구 김치 송송썰고 밀전병 ........ 말끝을 흐린다.

내게 조금은 미안한게야 아마도 .....

 

등어리에 누군가가 주욱죽 냉수를 끼얹는거 모양 얼마나 떨리는지

웅숭그리고 앉았다 일어섯다 하는 걸 보고 나갔으면서 

에구 할수없지 부쳐놓을 수 밖에

천근되는 몸둥이를 억지로 일으킨다.

 

치끈하며 닿는 김치의 느낌이 신푸녕스럽다.

밀가루에 메밀가루 조금 들뜨리고

오징어 가늘게 아주 가늘게 채같이 자르고

옥상에서 수확해 얼려 놓았던 풋고추 송송 섞고

 화분을 덮을 듯 푸짐하게 자란 파도 듬성듬성 잘라넣고 부친다.

딸딸딸딸 매실주 따라 맛있게 기분내는 영감님!

속으론

에구 잘 부쳤네!  

아까아까 귀찮던 마음이 스르르 미안함으로 바뀐다.

 

네마리 중 남은 두마리 끓는물에 살짝 데친다.

치아가 부실한 영감님 먹이려면 잘게 아주 잘게 썰고 ...

맛갈스런 초고추장 대령하고 .....

 

씽크대 옆 아직도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오징어 데친 물

훌꺼덕 버릴수가 없다.

먹거리가 귀하던 옛날엔

된장 고추장 풀고 무우 두부 넣고 버글버글

진수성찬이양 식구마다  덤벼들어 비워 냈었지 ....

지금은

그 맛도 안 나지만 비워 낼 입도 없다.

 

배릿하고 짭조름하고 구수한 요 국물을

옛날 옛날엔 허겁지겁 먹었었지 

가난도 곱다란 추억이 되네 ......

 

활동사진 되어 돌아가는 소싯적을

나 혼자 배시시 감상하다

사알살 씽크대에 부어 버렸다.

하늘만큼 아까운 요 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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