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넋두리 방

창피스러운 ...

로마병정 2007. 10. 5. 22:26

 

부엌에서 얼쩡 거리는 며느리

 

신랑이 이제 들어 와 밥을 달란단다

자기네는 없어 윗층 우리집으로 올라온 꼴

검은 비닐에 무엇인가 그득

뭐니?

"과일 좀 사오라 했어요,

추석지낸 사과 배가 많은데?

혼자 갸웃둥 했다.

 

살금 거리며 먹이고 치우더니

아랫층으로 내려가는 기척 ...

어머니 저 사과 배 좀 갖어 갈께요

그러려엄! 

너희 냉장고에도 듬뿍 좀 넣어 놔

계단에 쌓인게 날씨탓에 상할까 걱정중이라서

크게 외쳤다.

 

아들 며느리

버석거리는 비닐봉투 들고

자기집으로 내려 간 후

부엌을 휘 돌며 난 무언가 서운했다.

 

배고픔도 아니고 과일이 없는것도 아닌데 ...

시어미 표시내나?

내 딸이었다면

내 놓는다 해도 홀랑 싸 들려 보내지 않았을까

이런 저런 만감속에 잠이 들고

잠이 깨고 

먼동이 트는 아침 ....

 

상을 차리는 식탁옆에 상보가 얌전히 덮여있는

멋스런 커단 접씨

훌꺼덕 벗겨보니

에구머니나!

얼굴이 닳아 오른다

골드키위 단감 귤

냉장고 야채박스엔

차례에 쓰고 남은 포도가 아직인데도 

새로 포장된 포도가 두어송이 ..

 

이 난감함을 어찌할꼬

딸 만큼은 절대로 아니 된다해도

좋은 시에미 노릇하려 노력은 해보리라

그런데 이런꼴이라니 

 

불끄고 누어있는 이불 속에서도

부끄러워 얼굴이 확확

 

난 미련퉁이 .....

에구 나 어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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