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넋두리 방

바람과 모래와 국수.

로마병정 2010. 2. 18. 12:04

 

 

 

 

 

 

 

시원한 우동 먹으로 나가자는 영감님 성화

거절하고 나니 미안스러워 우동을 준비합니다

 

황태머리 멸치 무우에 다시마 넣고

설설 끓여낸 다시국물에 우동을 넣습니다.

 

감자와 호박은 들어갔다 치고 

냉동실 구석의 아브라기도 버섯도 넣습니다 

옛날에 비하면 호사중의 호사

 

사 먹는 우동보다 백배 낫다 그치

며느리 마주보며 웃는 시아버지

때맞추어 네에 대답하는 은찬에미

 

이 두 사람의 찬사 그 꼬임에 빠져

오늘도 난

물 불을 못가리고 음식만들기에 목숨을 겁니다  ...^*^

 

*   *   *

 

옛날의 우동도 맛도 그런대로 괸찮았지요

허기지던 세월이었으니 ...!!

 

공장이나 기계화가 되어있지 않던 세월

골목끝의 국수집은

신문지 주욱 깔아놓고

꽂이에 말려가면서 팔았습니다

 

조금 낫은집은 꽂이의 국수를 사다먹고

쪼들리는 집은

가끔 가끔 땅에 떠러진 부스러기를

사다 먹는답니다

 

모래섞인 바람이 휘이익 골목어귀로 휩쓸고 나가면

떠러셨던 국수 부스러기엔 모래가 섞입니다

그걸 사다 끓인 우리집 우동은

지검 지검 지이거엄  

야무지게 씹으면 먹지 못하지요

대강 대강 얼버므려 넘겨야 한답니다 

 

양념이라야 고작 들뜨려진 소금뿐

투정이라도 할랴치면

찝찌름하면 된다라 구박하시던 어른들. 

 

좋은세월

편한 세월

그리고 넘쳐나는 풍족함 

아무 불만 없어야 함을 잘 알면서도

고생하던 옛날은 그러려니로 치부되네요

 

다시 정색을 하면서

마음을 다잡습니다

 

고생하고 힘겨웠던 시절

가끔은 기억하면서 

살아내야하느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