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넋두리 방

슬프지 않은 곳 ....

로마병정 2011. 10. 10. 14:19

 



콩알만한 간에 내성적인 성격으로 굳어진 난 

세상 만사를 견디는게 참 힘겨웠습니다. 

 

남의 염병이 내 감기만 못하다는 말

제게 딱 맞는 옛말

    

 


                            (내가 참 좋아하는 쌔하얀 분꽃)

 

 

 


큰 난관에도 슬기롭고 거뜬 거뜬한 다른 사람들에 비해

밑바닥까지 떠러졌다가 바둥바둥 올라오는 시들부들

남들의 염병보다 더 깊은 힘듦으로 감기를 견디며 살았습니다 

 

시아버님 뒤를 받아내야 했던 삼년 그 시중에서 벗어나 하늘나라로 보내드리고 허릴펴니

육십을 넘긴 나이에 서 있습디다

아 이젠 자유롭겠다 했었지요

죄스럽게도 ......

 


 

                              (우리집 빨랫대에 피어난 ...... ^^)

 

 

 


영감님 손에 이끌려 컴을 배우고

블로그라는 자그마한 방을 만들어 받은 황송함에

처음엔 얼마나 꿈만 같았는지

그러나 채울게 없었습니다

 

남다른 재주 하나라도 있었다면 얼마나 행복했을꼬

쌀 익히는 재주밖엔 아무것도 갖인게 없는 난 

지나 온 나날들이 슬펐고

몇카트로 싹뚝 잘라 없애버리고 싶은 

구비 구비 삶의 토막 토막들이 파노라마로 괴롭혔습니다. 

 

그래도 은밀한 골방에만 들어서면 

밖에서 보이지 않을거 같은 오붓함에 많이 기뻤지요.

 

 방 이름을 무어라 지을까  

 높은 담장으로 둘려있어 고요하고 아늑하고 은밀할거 같은   

방의 이름을 지어 봅니다

"슬프지 않은 곳 ........^^


 

 

       (꽃몽오리 벌어지면서 쪽쪽 뻗어나오는 오가피)

 

 

 


그런데 기쁘기만 했던 몇년이 지난 요즈음 가끔은 슬퍼질때가 있습디다

종종종 날마다 들어서시던 친구들이 발을 끊을 때

이유가 있겠지 하면서 안타까워지고 

그러려니 하면서도 허허롭고 ...

 

 


                  (외계생물인가 기암했던 사마귀 허물이랍니다)

 

 

 


외출하던 택시속에서 힐끗 들은 어느 교수님의 말씀 

늙으면서 제일먼저 서둘러야 할 일중 하나가 블로그 폐쇠 랍디다

그리고 지난 세월이 담긴 사진없애기 라던가요  

 

때가 되었을까 갸웃하다가 사진부터 없애기로 결정

열 대 여섯권 되는 등산사진들 삼분의 이는 없앴지요

그래도 블로그는 아직 껴앉고 싶습니다

아직도 들어서면 슬픔이 반감되는 내 유일한 영역이니까

 

 가끔 가끔 이름값을 못하고 슬퍼지는 내 골방이지만

은찬이 올려질 난이 아직 많이 비어 있거든요 .....^^

 


 

                  (무럭 무럭 잘 자라주는 고마운 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