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넋두리 방

눈뜨면 보이는 천정이 눈감으면 칠십년 세월까지 보입니다.

로마병정 2011. 10. 15. 10:37

 

 

새벽 한시가 지나도 두시를 넘어서도

잠이 오질 않습니다.

 

잠 찾아 떠나느라 책을 뒤적이지만

그 속에서 보여지는건 뜻이 아니라 글짜 뿐 ...^*^

 

계절이 스스로 갈피를 잡듯이

사람의 생체도 나이로 가늠이 됨을 압니다

 

베게에 얼굴을 파묻기 바쁘게 잠속으로 빠져들던 옛날 옛적

그 조차 파란색의 젊음이었다는걸 이제사 알았구요.

 

억지로 붙였던 눈을 뜹니다.

어차피 감아질 눈을 왜 억지로 감으려 애쓸까

다시 컴에 앉습니다.

줄달음질 치는 시계바늘은 새벽 세시로 들어서는데 ...

 

밤을 새도 생생하던 피

잠 설친 다음날의  시들부들이 두려워 다시 눈감으러 침대로 듭니다

 

눈을 뜨면 보이는 천정이

눈을 감으면 칠십년 세월이 보이네요

 

피난시절속에 폭탄을 피하던 육이오가 보입니다

소풍날 따라 못간 허기지던 세월도 보이고

등록금 채근이 두려워 화장실에 숨어들던 세월도 보입니다.

 

교복구입이 아직이라

교문지키던 호랑이 주번언니들 다 들어간 후

경비아저씨의 살짜꿍 감은 눈 사이로 교문 통과하던 기억까지도 ....

 

교과서 조차 없어

이교실 저교실 책 빌리러 뛰던 세월도 보입니다

 

칠십년이 짧지마는 않았네요

즐거움 보다 슬픔이 더 많이 기억나는걸 보니

아직 떠날때가 아니지 싶습니다 ...^*^

 

세상만사가 곱게만 보여야 소풍이 끝난다던가

결과도 아직인 CT 검사에

쏠려있는 온 마음 그 초라함까지 보여지는걸 보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