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넋두리 방

오늘 이 상차림이 마지막일수도 ....

로마병정 2012. 2. 20. 06:30

 

 

 

 

아침운동을 마치고 돌아 들어오는 길에

아버님이 좋아하시는 여러개의 스프를 가지가지로 샀다.

이걸 드릴까 떡국을 끓여 드릴까 여쭈러 계단을 오르면서 늘 하던 버릇으로

아버지이 아버지이

고요하다.

 

삼년동안을 침대에 누어 뒤까지 받아내게 하셨던 분이 

매트리스 끝 방바닥에 무릎을 꿇으신 채로 

문여는 내 쪽을 힘겹게 바라보신다.

 

46년 만의 폭설과 혹한에 그렇게 가신 시아버님

90세로 들어서시던 2,000년의 일이었다 

신푸녕스런 몇수저의 전날 식사가 마지막이셨고 .....!

 

 

 

칠십을 살짝 넘으신 세째딸의 시아버님

만 2년을 병마에 시달리시다가 며칠전 소천하셨다

목소리가 우렁차셨고 장골이셨다. 

문뜩 먹거리도

일찍 세상뜨시는데 한몫을 했으리란 생각.

 

 

이제 칠십 중반을 훌꺼덕 넘은 영감님

떠나신 친구분이 여럿이고

몸을 가누지 못하는 병상의 친구분도 여럿이다.

 

음식섭취가 좋았던가 아님 타고난 건강이 양호했던가

거꾸로 세월을 보내 아직까진 짱짱한 체질이다.

 

그런데도 문뜩 문뜩

이 밥상이 마지막일수도 있다라는 생각이 든다.

영감님이던지

아님 나 던지 .......^*^

 

딱히 할 줄 아는게 없었으니

얻어들은 풍월의 시답잖은 영양을 따지며 

정성이나 집어넣는 외엔 딴 방법이 없었던

지난 세월의 끄니 끄니들

어느땐 만사에 문외한이었던게 차라리 다행이었느니란 생각도 든다.

 

입안의 세포까지 다 굳어가는지  

짠기에도 무뎌지는거 같아 안타까움이지만

지내고 후회만드는 날은 만들지 않으리라

  

날마다 몇 끄니씩이 간혹 귀찮을 때도 있지만

오늘도 꾸무럭 몸을 일으켜 부엌을 향한다. 

마치 마지막인거 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