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넋두리 방

내가 알고 있는 대보름날의 기억들

로마병정 2012. 2. 7. 06:30

 

 

음력 십일이 되기 전에

나물이나 우거지 삶는 냄새를 온 집안에 풍겨야 집안이 좋다라시던 엄니말씀

우거지랑을 음력 구일에 삶았었고

열사흘부터 씻어 불린 잡곡을 열나흗날 아침 먹은후 서둘러 지어

동네 어르신들 계신댁에 돌랐었다

내가 노인이 되기 전까지 ......^*^^*^

 

오곡밥은 정월 한달 내 내 먹을수 있도록 넉넉하게 짓는다. 

뜸들이는 솥 가장이에 조금씩 넣어 끄니때 마다 먹을수 있도록 많이 지었었다.

아마도 오곡밥의 영양분이

채소가 고갈 된 겨우살이에 도움이 되었었나 어림 해 본다.

 

열나흗 날엔

오곡밥에 곁들여 아홉가지 나물이랑 

아홉번을 먹는거라 했고

나무도 아홉번

물도 아홉번씩이나 길어야 한다는 어른들의 말씀을 들었었다.

서울인 까닭에 나무도 물길음도 말 뿐이었지만 ...^*^

 

 

대보름 날 아침엔

입맛 다시기 전에 밤이나 호두를 깨물어 앞마당에 버렸다.

아마도

마당가를 지나던 쥐새끼들 먹으라는 조상님들의 아량 아니었을런지

 

쌔하얀 잇팝에 잘 재워 구운

새우젓으로 간을 하고 두부를 넣은 새우젓 두부찌개로 아침을 먹었다.

 

일찌감치 친구네집 대문앞에 매달려 이름을 불렀고

대답을 하면 내더위 사가라 한마듸하고 냅다 도망오고

그러나 대개는 입을 봉하고 말들을 하지 않으려했던 보름날의 기억들 ....^*^ 

 

 

열 나흘 저녁나절에 경동엘 갔었는데

잡곡사는 여인들이 많이 보였다

그 시간에 사다가 남은 시간에 언제 아홉번을 먹누 

지금 사람들 보름날에 오곡밥을 먹으려는구나 혼자웃었다

 

김치를 새로하셨고

빈대떡도 새로 하셨으며 가래떡도 만두도 모두 새로 만드시던

엄니생각 난다

팔십을 넘은 연세에도 돋보기쓰고 베게잇에 수 놓으시던 모습까지  ...._()_

 

엄니의 반에 반에 닮아도

난 여인으로서의 멋진 고움과 바지런함을 닮았을텐데  ......^*^

 

서울이라서

달집 태우거나 깡통에 불살라 돌리던 불장난은 해본적이 없다.

휘영청 달이 떠 오르면

각자 소원을 빌라 하셨던 기억밖에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