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넋두리 방

방사선치료 혼자보내는 안타까움도 오늘로 끝이다.

로마병정 2012. 11. 23. 18:05

 

 

 

 

오금이 자꾸 뻗치고 땅겨 많이 불편하다 

끄니준비야 어찌 어찌 견딘다지만 

지하철 계단의 오르내림은 한탄부터 쏟아지는 힘듦이라

어제처럼 오늘도 영감님을 혼자 보낸다.

 

모자요 목도리요 지갑 핸드폰 열쇠

한참을 챙기다가도 미안스럽다.

 

병원 들락거리는 체질이 아닌 강골 영감님 

긴 세월 효자같던 몸이 한꺼번에 데모중인갑다.

 

사월에 결절수술 받느라 입원

환자복이 멋적어 웃어대던 영감님 

신기한 모습이라며 인증샷에 신났던 애들

오십여년 살면서 처음 본 병상의 낯선 모습이었다. 

 

젊은시절 옛날엔 인삼이요  

세월이 변하면서 홍삼이요

더덕에 매실에 끄니마다 좋아하는 콩밭

몸에 좋다는건 다 찾아 섭생시켰고

먹고프다는거 또한 골고루 대령했었다.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 되었기에 병마가 스몄을까

그것이 요즈음 내 자존심을 뭉갠다.

 

 

날짜지난 영감님 머리 오색찬란함으로 얼룩덜룩

염색도 괸찮다라는 간호사 말씀에

억지로 좌정시키고 염색약을 발랐다.

 

 생기가 있어보이고  젊어보이고

본인 또한 기운이 나는것도 같고

조금 덜 아픈것도 같고 여하튼 날아 갈 듯 가볍다신다.

 

 

 

오늘은 마지막 방사선 치료날이다

목이 많이 아프고 가렵고 캥거루 기침에 괴롭다신다.

 

치료해 준답시고

기침에 가래끓는 지병이 생기는건 아닌가

만가지 궁금증을 풀으려면 내가 직접 가서 들으리라 

마침 아들내미 차궁둥이 들이대고 나설판이니 절뚝거리며 쫓았겠다.

 

보름쯤 부터는 낫아진다는 주치의 말씀 

며칠후 다시 예약을 잡고는 돌아오는 길 

 

며칠전 바다구경한지도 한참이네 중얼거리는 소리를 아들이 들었다나

내일은 끝나는 기념으로 속초를 가야한단다.

 

엄벙덤벙 무심 한 듯 보이는 은찬아범 

주우욱 눈한번 훑으면 뭐든지 머리에 담는 예리함이다 

 

그래서 내일 새벽엔 속초가는 꽉 막힌 길가운데 낑겨있을거 같다.

여행이라면 껌벅 죽는 은찬이 앞세우고 .....

 

 

 

 

 

 

그동안 근심 걱정 나눠 갖으시면서 염려해주신 모든 친구분들

너무 너무 고맙습니다 ..._()_

 

가다가 돌아오는 한이 있더라도 다녀오겠습니다

그동안도 안녕들 하셔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