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넋두리 방

노인향함이 시나브로였던 나 이젠 재빠름이 된다.

로마병정 2012. 11. 27. 07:00

 

 

 

 

 

 

보일러 터졌던 며칠사이

씽크대 구석에서 나오는 그릇마다 다 버리자는 영감님 성화

물색없이 거드는 아랫집 애들

나도 그러하리라 혼자 결심했었지만

앞으로의 세월이 얼마나 된다고 새것으로 바꾼담 치  

지구환경에 도움은 못될지언정 ....^*^

 

 

베이킹 소다를 듬뿍 푼 뜨거운 물에

오방난장 가지각색 씽크대속의 그릇들을 쏟아부었지요

닦았다가도 신통찮음 까지 것 몽땅 버리지 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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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것이 애들보다 효자 

신통찮음 버리지이  

이럴때 저럴때 필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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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해보고 버리지 

 반찬해서 애들에게 보낼땐

버리고 싶었던것이  


 

 

 

 

 

 

 

 

 

 

 

 

이 도자기는 우리나라에 여섯벌 밖에는 없는것이랍니다

뒤를 잇질못하고 돌아가셨다던가요 

그래서 귀물이라 

 

 

 

 

 

사십이 훌꺼덕 넘어 중년으로 접어드는 내 보물단지들 어렸을 적

좋아하는 돈까스에 카레라이스 멋드러지게 모양내 애들기분 사로잡던 추억

절대 버릴수 없는 까닭이구요

 

 

 

 

어느땐 이 물통 올리느라 허리가 휠듯 삐끗 할 때도 있었는데

당신들도 이젠 노인이예요 영글게 인식시켜주면서 못쓰게 하네요

과감하게 퇴출

 

 

 

 

그래서 컵만 대면 조르르르 냉수 온수가 나오는 것으로 바꿔 주었습니다

찬물이요 오우케이

더운물이요 역시 오우케이 .....

 

 

 

 

뜨거운 온수도 차거운 냉수도 몸에는 좋지않을 터

씽크대 옆에 정수가 나오도록 깜찍스런 호수하나를 또 박아주데요

 

 

 

 

 

요기에서 나오는 물은 체온과 비슷해서 냉수대용으로 자시라던가

커피물도 요기에서 받아서 끓이라데요 

좔 좔 쏟아지는 수돗물을 사용했었거든요 ...

 

 

 

 

 

참 오랫만에 한가하고 편한 마음이 됩니다

영감님 치료도

어지럽던 집안도 차츰 제자리 찾아가고

김장이 머리를 헤집어 놓지만 

영감님 자실 백김치만 조금 더 담그면 됩니다. 

 

 

내년엔 동네 방네 소문날 맛난 김장 해보리 결심은 때마다였는데 

역시나 말탄장수 지나 듯 헐레벌떡 때워지는

해마다의 마땅찮은 김장 

 

삶은 그렇게 늘 모자라는듯

아쉬움인채 지나가나 봅니다.

 

늙어가는것이 슬픈것만이 아닌것은

들끓던 가슴 가라앉히면서 포기할 줄도 알아지는 때문이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