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넋두리 방

시부모님과 한상에서 밥만 먹을수 있어도 모두 효자 효부라데.

로마병정 2013. 4. 7. 07:00

 

 

 

 

김장을 서둘던 어느해 11월의 춥던 날

새벽내 시장 돌아 들여온 배추 150 여통

옥상반을 차지한 실한 배추는 내 기부터 팍 죽인다. 

다듬어 잘라 절이는 시간만도 몇시간

양념 다듬고 씻어 받치며 저녁을 맞이했고 밤을 반쯤 새워가면서 썰었다.

 

절인 배추 씻는데만도 거의 한나절

차라리 점심을 먹고 속을 넣자는 의견일치

일하는 아주머님과 동네 친구랑 점심상에 마주 앉았다.

물론 시아버님도 함께 앉으셨고 남편도 함께였다.

 

시아버님 출타하시고 새새대며 속넣던 친구가 한 말

"시어른들과 한상에서 밥먹는것 만으로도 모두 효자효부라는 생각이 들었어

정말 대단들 한거 같아,

그게 무슨말이야 ...?

"나 아까 점심 못먹었어,

왜 ...?

"틀니 딸각거리시지 코 훌쩍거리시지 후루룩 흘려가면서 국 잡숫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면서 식사들 잘 하시데, 

 

중학부터 대학까지 타지에서 유학 한 친구

자기 부모님들 노인이 된 후로도 식사는 같이 못해 봤지 싶다.

졸업하고 되짚어 시집을 왔을테고

더군다나 결혼 초 부터 둘 뿐인 단촐함이었으니.

 

그 말은 흘려 보냈었는데

요즈음엔 자꾸 자꾸 끄집어서 내 생활에 담그게 된다.

 

젊은이들 곁을 의도적으로 피하게 되고

혹여 음식점엘 들어가도 뚝 떠러진 외진곳을 택하게 된다.

 

물리치료를 가면서도 꼭꼭 샤워를 한다.

아들이 일본 출장에서 사다준 향수한병 꼬박 꼬박 다리에 뿌리고 나선다.

늙은이가 왼 향수냐며 주책이라 흉잡힐까 

외출시에도 뿌리지 못하던 향수다 ...^^

 

어느틈에

시아버님 그 연세로 내가 들어서고 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