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넋두리 방

벌레 날개 동동 떠 뱅뱅도는 해장국을 뚝 딱 눈감고 먹었다.

로마병정 2014. 9. 23. 11:30

 

 

 

 

 

으슬으슬 몸살끼로 밥하기 딱 싫은 저녁 나절

눈치 챈 영감님 외식 하잔다.

겨우 오십 발자욱 쯤 옮기면 나오는 해장국 집이겠지만

귀찮음에 비하면 그나마 다행

 

의자마다 웅성 웅성 꽉 찬 손님

구석탱이 비집고 들어가 자릴 잡고 기다린다.

한참만에 앞에 놓인 국물에 수저를 넣으려는데

갸름한 낯익은 물체가 동 동 떠서 뱅 뱅 

벌레날개 한쌍이었다.

 

마주앉은 영감님 벌써 맛나게 시작 했고

해장국 삼매경에 빠진듯한 많은 손님들

 

슬쩍 들고 주방으로 들어서서 

사장님 이게 뭐예요 ...?

배추벌레네요 ...

요즈음 배추에 벌레가 너무 많아서요

보여드릴까요

무얼 보여주겠다는건지 아리송하다.

다시 쳐다보니

배추에 붙은 벌레니까 별거 아니라는듯 밖에 놓여있는 배추를 또 가리킨다.

 

얼른 쏟아버리고 미안하다면서

같은 국물이지만 딴그릇에 다시 퍼 줄 줄 알았다.

계속 내 얼굴을 마주보며 보여 드릴까요 ...........

 

영감님이 자시고 있고

손님들이 모두 들고 있으니 뭐라 할수도 없고

안먹는다 수저를 놓으면 발끈 발끈 따지는 영감님 전후사정을 들으려 서둘테고 

동네 장사라서 모두들 단골 일 터

그냥 건져 내고 꾸역 꾸역 먹었다.

 

한달즈음 후 다시 가자는 영감님

나 그 집에 안가요

그때서야 조근 조근 안가는 이유를 설명했다.

 

정말 미안하다는 말도

조심을 더 했었어야라는

스스로의 책망도 많이 절실 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