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넋두리 방

덮친 쓰나미에 쫓겨 여정 못채우고 도망나온 여수여행

로마병정 2014. 9. 19. 22:41

 

 

 

 

 

잠결에 돌아눕느라 짚었던 한쪽 손에 닿은 물

두드려보니 찰방 찰방 소리까지 난다

정신이 번쩍 드는데

얼른 일어날 용기가 나질 않았다

무슨 일일까

왜 물위에 누어있을까

다시 한번 찰방찰방을 확인한 후 불을 켜니

은결이와 에미만 침대위에 멀쩡하고 나머지 식구들은 모두 물위에서 잠들어있다

 

 

 

새벽 여섯시 설쳐 대며 애들 끌어내려 담고

가슴 가득 바람넣고 여수로 달렸었고

 

 

 

이리저리로 구경하고 돌아오는 길 회까지 널널하게 준비

실컷 먹고 새벽 두시경에 깊은 잠에 빠졌겠다.

 

늦은시간까지 술한잔들 걸치더니 잠자리가 물에 떠 있는것도 모른체 잔다

모두 흔들어 깨우고 베란다를 여니

그야말로 물밀듯이 큰 파도처럼 달려든다

이게 무슨 일이람

119에 전화를 한다

주인을 부른다

금새 아수라장이다

식구들은 모두 물에 빠진 새앙쥐

걸어놓았던 겉옷만 말짱하고 모두 물속에 잠겨있는

아 이난리가 생시일까 꿈일까  

 

잠결에 들이닥친 주인 내외

하얀 얼굴로 어딘가로 계속 전화를 한다

빨리 달려와 도와달라고 ...

 

하루를 자고 이틀밤째 닥친 물난리

갖고간 옷들은 다 물쿠덩이

 

찬찬히 묵어가면서 올라오려던 여수여행이

이틀째 끝막음이다

 

그 당시에 이 글을 올렸다면

화난 김에 시시콜콜 다 올렸을 터 

참자 참자로 석달이 훨씬 넘은 이제사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