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넋두리 방

52년 동안 바시닥 대던 이곳에서 이사를 합니다.

로마병정 2021. 7. 30. 03:30

 

 

길가집 한옥

 

앞뒷집 두채를 터서 넓혀 애들넷 맘껏 뛰어놀았고 ...

 

애 넷이 끌어들인 친구들까지의 북새통에 시아버님의 눈쌀은 늘 찌푸린채셨고 ...

 

앞마당에 모래를 차로 끌어들이고 그 위에 그네를 놓았으니 들끓밖에 없었고 ...

 

어느땐 그 애들 끄니까지도 챙겼고 ...

 

발전하는 세월이라 냉장고를 들이고 너무 좋아 간식으로 채웠건만 

 

애들 넷에 그 친구들까지로 늘 오간데 없이 비어지던 냉장실이었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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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여년을 살다 세월 흐름에 좇아 사층으로 올렸고

 

옥상에 화초를 맘껏 심었고 조리대까지 뻐쳐놓고  

 

산터미 같은 김장 담그고 메주 쑤어 말려 장 담그고 ...

 

생선 말리고 채소 말리고 과일 말리고 ...

 

동네일에 정신 빼앗견던 남편이 끌어 들인 친구분들 덕에 옥상엔 늘 군상이 차려졌고  ...

 

그렇게 긴시간 더캐로 쌓인 자질구레한 추억들

 

그냥 외면 한 채 궁둥이를 옮기려 서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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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랑 한달만 빼놓고는 11달 내 내 세금에 허덕였고

 

약올라 슬그머니 울화병까지 생겼으니 이제 집을 갖지 않으려 전세를 얻었습니다

 

사야한다는 애들 아우성과 싸우고 싸우고 또 싸우면서 ...

 

영감님 87세 은찬할미 81세 

 

몇년전 부터 무릅조차도 사 오층은 무리다 무리다 아우성  

 

이제 내 집은 필요없지요 절대적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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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일년을 살던 일층사람 

 

기한에서 두달 미리 집을 비워주는데 이사비용이라며 13,000,000 원

 

기한에서 석달이 지난 지하실 역시  5,000,000 원

 

12년 산 일층 옆가게 1,500,000원

 

그간 잘 살았다면서도 악착같이 본색들을 들어 냅니다 

 

십여년 만에 겨우 100,000원씩 올린것이 고작인데 ...

 

2층 가게 두개는 그대로 있기로 새로운 주인과 약조했고 ...

 

사람이 무서워지는 요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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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째딸 왈

 

구리로 오셔요 

 

이제 애들이 대학생에  고3  고1  조금도 개개지않을 나이들이 되었으니

 

조부모님의 은근하고 깊은 정스러움과 외가댁이라는 추억을 심어주고 싶어요  

 

그래서 구리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그러나 수족 명랑치 못한 노인들이라 혹여 짐될까 개운하진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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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화장실이 바깥과 통하지 않는다는걸 처음 알았고 

 

뱅둘러 넓은 창인 우리 주방과는 반대로 역시나 부엌도 바깥과는 거의 두절

 

답답해서 어쩌누 어쩌지 잘 견뎌질까 저녁마다 가슴이 답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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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세월 시집살이로 벅찼던 시간 시간들

 

이제 늙어세월엔 답답함으로 시작되는 아파트의 시집살이

 

육 이오땐 마구깐에서도 살았느니 쇠뇌 시키면서

 

그 악다구리 전쟁시절로 자주 들어 가 봅니다 

 

사과궤 쓰러트려 책상삼고 교실이 없어 무지공천에서 공부하던 그 시절

 

배고픔과 비좁은 잠짜리와 비어있던 쌀독과

 

많은 식구들 한방에서 들끓던 그 나 날들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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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삿짐을 어찌 꾸려야 하나 답답하고 ...

 

저 많은 항아리들을 어찌 해결하나 답답하고 ...

 

스텐다리이들 청을 담았던 병들과 통들과 ...

 

150개나 되는 화분들은 올사람이 넘겨받겠다니 천만다행 ...

 

보지도 않는 티비는 버리고 제기들과 컴 두대와   

 

두 늙은이 수저 두벌에 국그릇 밥그릇만 챙길꺼나 혼자 웃어도 보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