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재라도 만난 양 파 두단을 들고 들어서는 영감님
시퍼렇고 싱싱하고 장대처럼 키도 크고 더군다나 밥도 많고 ...
대궁은 대궁대로 잎은 잎대로 껍질과 뿌리까지 탐나 아주 깨끗이 다듬어 챙겼다
씽크대 바닥에 쌓인 파 쓰레기
훑으면서 모으다가 앗 손끝에 느껴지는 섬뜩함
피다
파 다듬던 칼이 깔려 있었는데 채 치우질 못하고 변을 당했다
졸졸졸 쏟아지는 듯 금새 파 쓰레기 위를 물들였다
얼른 키틴타올로 감쌌지만 무감당
뭉텅이로 뜯어 막아도 역시 무감당
거실로 뛰어들어 약솜 한줌으로 막았지만 역시나 ......
이 폭염에 왼 변고인고 화가나고 아득하다
꿰매야 빨리 낫는다며 외과로 뛰라 채근하는 원장님
병원에 오는동안 피가 얼추 멎었으니 예서 해결해보라 매달린 나
착착붙는 종이 반창고를 가늘게 가늘게 잘라 빈틈 없이 붙였다.
24시간 만에 확인했지만 원장님의 조심스러움에도 다시 비치는 피
또 다시 실처럼 가늘게 썬 종이반창고를 더대기로 붙이고 귀가 사흘만에 다시 보자신다
에어컨을 트느라 들창문을 닫을때도 먼저 나서는것이 가운데 손가락
다시 그 문을 열때도 가운데 손가락이 먼저 나선다
냉장고 문을 열려해도 역시나 먼저 나서고
파 한 쪽 양파 한 쪽 썰적마다 걸리적거리는 중지
그 중지 손톱밑을 파고든 예리한 칼 끝
그 섬찟하던 느낌에 몇번씩 눈을 감게되고 몸을 움츠리게 된다.
어디고 먼저 나서는 가운데 손가락이 부상이니
복더위 만큼이나 숨막이는 여름날이 되고 있다
가운데 손가락의 위대함을 새삼 알게 된다
아 멀쩡하던 옛날이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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