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년 만의 폭설이었고 혹한이었던 2000년 1월 중순경
시아버님이 지구를 떠나 하늘로 거처를 옮기셨었다.
문상을 왔던 친구가 귀갓길에 넘어져 한참을 고생했단 소식 그 미안스러움은 아직도 남아있고...
엿기름가루를 물에 풀으면서 문득 막내 시 뉘 생각에 혼자 웃었다
베보자에 불려놓았던 엿기름가루
바락 바락 주물러 치대면서 손가락 끝에 감각이 없어질 때 즈음
가라 앉히느라 양동이에 담아놓았다.
찹쌀 멥쌀 반씩 섞어 불려 놓았으니 저녁 끝내고 쪄서 항아리에 앉힐 참이었고...
시 할머님이랑 식구들 다 모여있는 안방 문을 획 열여 젖힌 시뉘
언니 바께쓰에 담겨있던 뜨물 그거 내가 버렸어...
가슴이 쿵 내려 앉았다
평생 부엌엔 얼씬도 않던 막내시뉘
어쩌나
밤으로 들어서는 이 어둠 속에 다시 시장으로 나서야 할 텐데 답답했다
고마워 소리를 들으려는 듯 나를 빤히 쳐다본다
할머님께서도 나를 쳐다보시고...
딴 때 같았으면 어른들도 계시니 그냥 덮느라 아무 소리도 하지 않았을 텐데 은근히 부아가 치밀어 한 마디 했다
아가씨 그거 뜨물아니고 식혜물 가라앉힌건데...
배시시 웃으면서 대답이 없다.
시집와서 처음으로 기일을 맞으면서
할머니 식혜를 담그려는데 어떻하면 더 맛날까요
응 하이얀 밥알이 동동 뜨지이이
아주 하얗게 동동 뜬다니까 ...
그 후로 다시는 방법을 여쭙지 않았었다 ...^^
시아버님은 팔 팔 끓는 식혜를 좋아하셨다
아랫목에 이불을 씌워 삮히던 식혜거리
꼭 저녁 늦으막히 끓이게 된다
아버지 식혜 끓고 있는데 잡수시겠어요
영낙없이 그러자꾸나
그들먹 한대접을 잘 자셨었다
내일 그 어른의 젯상엔
끓는 식혜는 놓을수 없으니 설탕 듬뿍 더 넣어 실하게 한대접 올리리라...^^
근처 아파트에 사는 막내 딸내미
제사준비하시느라 슈퍼가실때 연락하셔요
엄마 아파트앞에 차 뻐치고 기다릴께요
아버님 기일 일주일 후면 시할머님 기일 그리고 다시 그 며칠후엔 구정
곰배 곰배이니 간소하게 간소하게 ....
그러나 마음 뿐
이것 저것 줏어담다보니 카트에 수북
며칠전 으스러진 발꾸락이 자꾸 신호를 보내 잠시 쉬자며 커피숍으로 들어섯다
니 막내고모가 받치던 식혜물을 뜨물이라고 버렸었단다
엄마 속이 얼마나 탓을까 에구 에구
난 웃자고 한 이야기인데 막내딸은 속이 아팠던거 같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 했던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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