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넋두리 방

지청구 송편 **

로마병정 2005. 11. 21. 18:44

 

 

높은 하늘에  휘영청 달 밝고

덥도 춥도않아 덩달아 마음까지 풍요로운 

추석 차례 ...

 

운동회날 남학생들이 쓰던 운동모자 

그와 똑같이 만든 내 남편의 송편만 골라가며 주발에 담으신다 . 

송편이 원 넙적해야지 그렇게 동그라서야 주발에서 견디냐 ?

 

친구들이 부러워하고

시뉘들까지 칭찬 보태주던 내 송편 솜씬데 ..

항상 지청구로 몰린다 .

둘러앉아 송편을 빚을때면 슬그머니 맥 빠지던 추석전야  ...

 

긴 시간이 흘러 벽에 무엇인가를 묻힌다는 허망한 세월

정신도 놓아 버리시고

몸도 놓아 버리시고 

잠깐씩만 되돌아 오시는 본색 ...

 

그 세월은

나도 시모님도 비켜가고픈 세월이었다 .

 

친정에서 살아 낸 시간보다

더 길다랗게 

이집에서 견디어낸 탓이리라 ...

가끔은 시모님께 어리광 섞어 반말 까지도 할수있었다 ...

 

근데 어머니 그전때 그전때

내가만든 송편은 왜 지청구였수?

나 송편 예쁜거 어머니도 아시지 ...

 

눈망울 반짝이며 난 장난 처럼 여쭈었다 .

 

실은 깊은 내막을 캐면서 ...

.

.

.

.

.

.

기둥인

.

.

내 아들 빼앗았잖아 .....

 

건너방에다 작은댁<일명 어머니 첩실> 모셔다 놓고

예뻐하시는 시 할머님 땜에

우리 시모님

 

얼마나 아프고 쓰린 나날이셨을까

그 속내가 보여

돌아앉아 많이 울었었답니다.

 

주발에 송편 예쁘게 돌려 담다가

시모님 생각에 목이메어

차례상 뻗쳐놓고 

지금 이글은 쓴답니다

 

<2005.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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