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하늘에 휘영청 달 밝고
덥도 춥도않아 덩달아 마음까지 풍요로운
추석 차례 ...
운동회날 남학생들이 쓰던 운동모자
그와 똑같이 만든 내 남편의 송편만 골라가며 주발에 담으신다 .
송편이 원 넙적해야지 그렇게 동그라서야 주발에서 견디냐 ?
친구들이 부러워하고
시뉘들까지 칭찬 보태주던 내 송편 솜씬데 ..
항상 지청구로 몰린다 .
둘러앉아 송편을 빚을때면 슬그머니 맥 빠지던 추석전야 ...
긴 시간이 흘러 벽에 무엇인가를 묻힌다는 허망한 세월
정신도 놓아 버리시고
몸도 놓아 버리시고
잠깐씩만 되돌아 오시는 본색 ...
그 세월은
나도 시모님도 비켜가고픈 세월이었다 .
친정에서 살아 낸 시간보다
더 길다랗게
이집에서 견디어낸 탓이리라 ...
가끔은 시모님께 어리광 섞어 반말 까지도 할수있었다 ...
근데 어머니 그전때 그전때
내가만든 송편은 왜 지청구였수?
나 송편 예쁜거 어머니도 아시지 ...
눈망울 반짝이며 난 장난 처럼 여쭈었다 .
실은 깊은 내막을 캐면서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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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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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둥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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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 빼앗았잖아 .....
건너방에다 작은댁<일명 어머니 첩실> 모셔다 놓고
예뻐하시는 시 할머님 땜에
우리 시모님
얼마나 아프고 쓰린 나날이셨을까
그 속내가 보여
돌아앉아 많이 울었었답니다.
주발에 송편 예쁘게 돌려 담다가
시모님 생각에 목이메어
차례상 뻗쳐놓고
지금 이글은 쓴답니다
<2005.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