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넋두리 방

일만 일천 이 백원

로마병정 2005. 11. 21. 18:49

 

 

여보 택시타 얼어죽어 !

오층에서 내리 쏟아지는 남편의 소릴 들었는지

스르르 택시하나 발 앞에 머문다 .

 

신나고 들뜨는 마음 실은 추운줄도 모르는데 ...

대전 갈꺼예요 고속터미널이요 ...

 

어디로가야 표를 살꼬 깜깜하다.

안내 데스크앞 푸른제복의 사나이 

주우욱 가셔서 왼쪽으로 돌아 끝까지 가시면 ...

뒷말은 듣기도 전에 뒤뚱거리며 뛰는 내모습

내눈에도 안 예쁘다 .

 

가장 빠른표로 주세요 .

아주머니 6분 남았어요

조기 보이는 담배가게서 왼쪽으로 주우욱 ...

바쁜데 들을새가 어데있누

다시 뒤뚱거리며 뛰는거지 뭐 ...

 

텅빈 버스 앞

노닥거리며 전화거는 제복입은 남자 ..

통화중 방해할순 절대로 없지

버스허리 두어번 통통 두드리고 그 손으로 버스표 콕콕 찌르니

버스문 가리키며 들어가라는 모션을 커닿게 잡는다.

필경은 내가 벙어리로 보인게야  ..

벙어리 ...

 

바깥보다 훨씬 추운 버스안

승객이라곤 나 하나 뿐 ...

도로 내려 오려는데 그 남자 올라타며 시타를 켠다.

 

온갖 새소리 지저귀는 내 핸폰소리 ..

물가에 내다놓은 애들모양 안심이 안되는지

탈 버스 찾았느냐는 영감님의 염려다 .

 

어떤 남자 하나이

아주머니 표 주세요 .

표를 내밀며 으아해 하는 내게

혼자 가셔야 되겠네요 씩 웃는다 .

 

부르릉 거리며 정말 버스가 떠난다 .

빈차로라도 떠난다던가 .

 

평생 처음 만나는 동무 들 ... 

평생 처음 가보는 대전 고속터미널 이라는 곳 ...

 

일만 일천 이백원에

따땃하게 덮힌 우등이라던가

아주 멋드러지고 커단 버스

 

혼자 대절하고 대전까지 가본 사람 있음

나와 보라구 하라니깐 .

 

<2005.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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