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넋두리 방

만산홍엽에 정신 빼앗기고

로마병정 2005. 11. 21. 18:52

 

여섯시가 훨씬 넘어가네 아들아 빨리빨리  ..

새벽 두시반에 떠진 눈

밤시간이 하 고요하고 아까워 카페에 척 엉덩이 붙이고 헤매다가

지난밤에 준비해 놓은 아들 좋아하는 떡국

뽀그륵 뽀그륵 끓여

잡아 흔들어 깨웠다.

 

부처님인가 반쯤감긴 눈으로 후루룩 거리며 먹다가

엄마 혹시 오늘 토요일 아닌가요?

 

순가 머리속엔 그렇구나 토요일이네 ... 그러나  

나 그런걸 모르는데 ...

내가 학교가냐 그런걸 외우게

잡아 뗀 천연덕

 

여전히 우물거리며 뚝딱 한그릇 비워낸 고마움

어차피 회사엘 나가긴 나가요

조금 늦게 ...

 

어머머 미안하다 얘 

들어가 눈 조금 더 붙여 응

세상에서 가장 다정스런 엄마인 양

어리광에 인자 같이 버무려 등을 밀었다 .

 

요즘 많이 헷갈리며 산다 .

다섯시 반에 냅다 흔들며 늦었다고 깨우질 않나 ...

 다 매만져 놓은줄 알았던 옷들은 꿈속에서였는지 

 다릴 Y셔츠가 수두룩 하질않나 .

오락 가락 정신을 휘어잡을 길이 없다.

 

 

 지난주에 들러 본 산 허리의 만산홍엽

 그 속에 내 정신 뺏기고 온게야

필경은 ... 그렇게

다 빼앗기고 ...

 

<2005.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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