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넋두리 방

파아노 밑에 피신중인 게 **

로마병정 2005. 11. 26. 12:13




숨막히게 급한어조 자라다만 내 막내아들 목소리

엄마 엄마 게장 담갔어요?

 

그래 근데 한마리가 달아났어

큰오래비 제사 마치고 돌아오는 버스속이라서

윙윙 잡음이 많아 거북스러웠고

들었는지 말았는지 하여간 전화는 끊겼다 .

 

모란시장에서 산 참게 스물세 마리

 집에오자 마자 서둘러 커단 통속에 잘박잘박 물과 함께 쏟아부었다.

 엉켜붙어 서둘러대는 게들은 그곳이 지네들 세상

우아하게 앉은 컴앞은 내 세상

 

세탁기에 물이 찻다고 삐삐거리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주섬거리며 빨래넣는 발옆에 움직이는 물체 ..

게 였다

부엌 통속에서 신나게 놀고있을게가 세탁장으로 ..

통속에 되넣은거 말고도 한마리가 빈다

씽크대 밑으로 냉장고 밑으로 누어서 더듬다

멸치 몇마리에 접씨가득 물까지  미끼로 놓았지만 감감 무소식 

그냥 제사집으로 갔었다 .

 

박스에다 책에다 걸레에다 사진틀까지 동원한

피아노 앞의 풍경이 가관이었다  

 

바그락 거리는 묘한 소리에 컴을 치다 돌아다보니

두발을 번쩍 든 커단 괴물이 자기 앞으로 돌진 하더라나 

빗자루로 쓸어서 피아노 밑으로 넣었단다

마지막 보이는 발끝이 게 같더라지 아마

그리고 그 괴물 지키는 피아노 앞의

자라다 만 내 막내 아들  

 

커텐에 바퀴벌레가 붙었다며 새벽두시에 내 어깨 흔드는 아들내미

바퀴벌레의 수백배 커단 움직임이니

병원에 실려가지 않은건만도 커단 다행이리라 .. 

 

산게를 사다가 게장 담그는 야만인이 어데있나며 대든다.

우선은 잡는것이 목적

비닐 봉투에 흠씬 물적신 걸레를 넣어 피아노 앞에 다시 놓았다

두시부터 물에서 빠져나갔으니 말라 있을터

물냄새로 꼬시면 혹 넘어가려는지

두어시간이 흘렀을 즈음

아니나 다를까 바그락 거리며 두발 번쩍 들고 나오는 게

 

우리집은 사건의 연속인거 같다

얼어빠진 무 들어오지 않으면 도망다니는 게

 

무당 불러 푸닥거리라도 해야지 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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