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넋두리 방

엄 마 **

로마병정 2005. 12. 4. 10:41

 



 숙장아찌 좋아 하시던 당신의 그 연세를

이제

당신의 큰사위가 지나고 있읍니다.

 

숙장아찌 ..

채썰고 팽개쳐진 무조각을 모서리 요리조리 자르고 모양내

멸치 몇개 들뜨리고 갖은양념에 폭 익힌 무졸임 ..

 

맛을 알수가 없었읍니다.

들큰하기도 하고

물렁거리기도한 찝찔한 그맛을

 

할머님 잡수시는 깎두기도 슬쩍 삶아서 하셨지요

숙깎두기라 하시며 ...

 

그게 꼭 필요했을까

이가 부실하면 안먹으면 될것을

써야할곳엔 쓰지않고

꼭 고런대만 신경쓰며 비죽거리던 내 머리

 

시할머님 시아버님

그리고 시어머니

숙깎두기 해 올려 놓으면서

칭찬도 많이 들었었읍니다.

의견스럽다구요

 

그런데 이제 우리가 그나이를 지나고 있음입니다.

 

무졸인것이

삶아 버므린 깎두기가

무에 그리 맛이 있었겠읍니까

 

으썩 으썩 씹으며 즐거워하던

젊었을때의 향수로 먹는

그 추억의 맛

그것이었음을 이제사 안답니다

 

숙깎두기 숙장아찌의 오묘한 맛을 알아낼 그 나이를  ...

우리가 지나가고 있읍니다

 

엄마

좋아하시는 하얀눈이 그곳에도 소복히 쌓였겠읍니다.

생전에 그리도 좋아하시던 쌔 하얀 눈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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