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달을 달싹 지나고 새해를 맞이한지 십여일 ..
암팡지게 생긴 항아리에
잘생긴 메주 여섯장
풀어 녹인 소금물에 덜썩 담구고
대추 고추 그리고 숯
예쁘게 띄우고 40 여일
밝으스레한 맛갈스런 간장
메주 녹아 장물 흐려지기 전에
갈라 달여야 하느니
*
*
*
부뚜막 큰솥 옆 전다구니에
송구스러운듯 앉아있는
새끼 무쇠 솥
광하나 겨우얻어
비좁은데 켜켜이 누어자던 사변통의
궁핍도 같이 엿보이는
무쇠 솥
악다구니가 덩달아 보이고
투박스러운 동네 할머님의
끈끈한 정까지 추억되는
무쇠 솥
닦아 기름발라 길낸 그 솥에
주르르 장물 따라
벌렁벌렁 끓여댑니다.
육이오 사변이 보이고
하늘에서 떠러지던 폭탄이 보이고
그리고
이불속으로 숨던 두려움도 보입니다.
거기에서 장물이 끓고 있읍니다.
미역국은 엄마표로 끓여야 해
큰딸의 예찬 때문에서도
무우국은 고기를 안넣어도 된다니까
엄마표 간장만 있으면
막내딸의 애교 때문에서라도
엄마
된장찌개가 그 전에는 별맛이 없었거든
나이가 드나봐 이젠 맛있다니까
시집못간 두째딸의 보탬까지
그래서 해마다 장을 담그지요
그냥 말없이 먹어라 들
젊잖게 거드는 아들도
후루룩 잘 넘기는 된장국이거든요.
그래서 담근다니까요
고추장도 간장도 ...
해마다.
'살며 생각하며 > 넋두리 방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배 봉의 아카샤 ** (0) | 2006.04.05 |
---|---|
자라다 만 내 아들<두울> (0) | 2006.04.04 |
사촌 형님 *** (0) | 2006.03.18 |
넓고 넓은 *** (0) | 2006.03.17 |
오페라 하우스 한켠에 서서 *** (0) | 2006.03.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