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넋두리 방

장을 다리고 **

로마병정 2006. 3. 24. 17:08

 

 

섣달을 달싹 지나고 새해를 맞이한지 십여일 ..

암팡지게 생긴 항아리에

잘생긴 메주 여섯장

풀어 녹인 소금물에 덜썩 담구고

대추 고추 그리고 숯

예쁘게 띄우고 40 여일

 

 

 

 

밝으스레한 맛갈스런 간장

메주 녹아 장물 흐려지기 전에

갈라 달여야 하느니

 

*

*

*

 

부뚜막 큰솥 옆 전다구니에

송구스러운듯 앉아있는

새끼 무쇠 솥

 

광하나 겨우얻어

비좁은데 켜켜이 누어자던 사변통의

궁핍도 같이 엿보이는

무쇠 솥

 

악다구니가 덩달아 보이고

 

투박스러운 동네 할머님의

끈끈한 정까지 추억되는

무쇠 솥 

 

닦아 기름발라 길낸 그 솥에

주르르 장물 따라

벌렁벌렁 끓여댑니다.

 

육이오 사변이 보이고

하늘에서 떠러지던 폭탄이 보이고

그리고

이불속으로 숨던 두려움도 보입니다.

 

거기에서 장물이 끓고 있읍니다.

미역국은 엄마표로 끓여야 해

큰딸의 예찬 때문에서도

 

무우국은 고기를 안넣어도 된다니까

엄마표 간장만 있으면

막내딸의 애교 때문에서라도

 

엄마

된장찌개가 그 전에는 별맛이 없었거든

나이가 드나봐 이젠 맛있다니까

시집못간 두째딸의 보탬까지

 

그래서 해마다 장을 담그지요

 

그냥 말없이 먹어라 들

젊잖게 거드는 아들도

후루룩 잘 넘기는 된장국이거든요.

그래서 담근다니까요

 고추장도 간장도 ...

해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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