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담글 소금물을 풀어 놓았는데
따순 대낮에 휘이이 젓어주리라 옥상으로 오르다가
마지막 계단에서 곤두박질
이래 저래 올 보물나물은 통과
옛날에 올렸던 나물을 끄집어서 다시 올렸답니다
어딘가 부러졌으리라 생각했는데
두어군데 멍만 들었으니
길다랗게 엄살 부리기는 글른거 같네요 ...^^
며칠째 조금씩 끌어들인 나물거리와 오곡밥거리
들여 올 땐 즐거움 뿐이었는데
꺼내놓으니 조금은 벅찬거같다 ...^^
곱게 곱게 마늘다지고 파다지고 미리 미리 준비한다.
깨소금도 하얀거 검은거 확인하고
혹여 들기름 모자라지 않으려나 다시 살피고
참기름도 다시 한병을 구입했다.
초열흘 전에 삶아 울쿼 낸 나물거리들 깨끗이 씻어 냉장고에 들어있고
풋나물들 살짝 데쳐 물 쪼옥 빼 냉장고에 들어있다.
열 사흘 저녁에 말갛게 씻어 불려놓은 잡곡들
살짝 물어보니 통통 잘 불어있다.
이젠 꾸무럭 꾸무럭 움직이기만 하면 되겠다.
아침에 조금 일찍 일어나
어제 풀어놓은 도토리 묵푸터 쑨다.
▽
좌아악 늘어놓으니 더 푸짐 해 보인다.
들어서는 애들이 얼마나 즐거워할까
그 생각만으로도 난 하늘에 둥둥 떠 있는 듯 기쁘고 ...
▽
동네 방네 사람들 다 불러모으면 좋겠지만
이제는 대접한다는게 자신이 없어졌다
짜면 싱거우면 또 별맛이 없으면 어쩌나로 ....
모락모락 김 날리면서 반지르르 오곡밥도 다 되었다
▽
돈까스 까지 녹였다
혹여 애들이 찾으려나로 ...
▽
난 은찬이 등에지고
거실에서 어화둥둥 ...
▽
시뉘 올캐 돌아치면서
상 차리기에 바쁘다 ...
▽
법석 법석 나물잔치 끝내고
주르르르 딸들 꺼 며늘아이꺼 정갈하게 담았다
낄낄낄 좋아하며 들고 가라고 ....
▽
두어시간 돌아치면 태산같은 일도 문제가 없었는데
지금은 몇곱으로 오비작 댄다
그래서 서두른 열나흩날 새벽이었다.
힘드는데 왜 할까로 의아들 하시겠지만
난을 피해 먼나라로 끌려간 우리백성들
그 척박함 헤쳐가며 겨우겨우 살아남아
그 힘듦속에서도 이어가려 애쓰는 고유민속들
그들에게 미안해서라도
난 때만 되면 꾸무럭 꾸무럭 일을 벌린다.
그들 보다야 얼마나 편했느냐로 엄살을 털어내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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