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넋두리 방

엄마의 얼짠지 ...

로마병정 2009. 4. 6. 16:05

 

 

 

적당하게 토막을 내고

다시 반으로 갈라 착착착착 얇게 썬다

물에 딱 한번만 헹궈내고 냉수부어

파나 풋마늘 송송 썰어얹고

고추가루 엄지와 검지로 살짝 집어 뿌리고

식초를 들뜨리면

 상큼하고 시원하고 아작거려

봄이 입안 가득 퍼지는 느낌이다

 

겨울초입의 김장 담그기 며칠 전

동치미를 담그시고

짠지를 절이시면서

딱 그 중간의 맛이되도록 소금을 가늠 해

절여 담으셨다.

 

보오얗게 말린 무우 말랭이

 말린 고추잎

 살짝 절여 말린 무청 고갱이  훌훌섞어

끓여 식힌 간장 부어

묵직하고 예쁜 돌로 지질러 놓으셨고 ....^*^

 

엄마는

초겨울 내내 이렇게 바쁘셨고 

어깨너머로 눈여겨 보았던 그 기억들

되살리며 

나 또한 초겨울이 바쁘다 ...^*^ 

 

동치미도 끝나고

김장김치도 거의 바닥이 보일 즈음   

봄기운은 벌써 마음안으로 스며들고

상큼한 새맛이 그리워 질 때

 상에 올리는 

특별한 맛이 없는 얼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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