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비바람 몹씨 서둘던 날
줄래줄래 거닐던 중랑천
참 아름다운 곳이다
맨발로 걸으라는 건강지압길도 정갈하게 꾸며놓았고
자전차길도 곱고
우리들 걸으라는 꽃길도 참 예쁘다
휘날리는 금계국에 반한 영감님 겅중겅중 즐거워하고
물이 흐르고 옆엔 차들이 달리고
희노애락 꾸려지는 아파트무리
우후죽순처럼 으시댄다.
엎드러지면 코 닿을 병원 허리 또 삐끗이 무서워
다꾸시를 타고 다녀오고
더 심해졌나 병원식구들 놀래고 ....^*^
나이값은 잊고 삐그덕거리는 몸생각 그 한심함에
땅거미 내려앉는 어둑한 시간에 살랑 살랑 청계천으로 나섯다
식구들 아무도 몰래
어디냐고 묻고 따지며 찾아 나서겠다는 아들내미
청계천에 비구경 나왔노라 냅두라 당부
호젓하니 참 좋다 ...^*^
여름보다 더 설친 가을 장마로 해서
겅중 건너뛰는 징검다리가 보이질 않는다
물살 센 걸 보니 조기쯤이려니 ...
애들에게서 부모님에게서
놓여난 지금
훨 훨 자유롭기만 할 줄 알았는데
왜이리 고장이 잦은고
황소처럼 설쳐도 끄덕없던 몸인데
자꾸 아파지니 한심한건지
이런 저런 생각에 서러운건지
요즈음은 자꾸 혼자있고 싶어진다
결말도 못 낼 실마리 찾느라
쓰잘데없이 먼산 바래기는 점 점 늘고 ....
개울물속으로 곤두박질치는 우박같은 빗줄기
간간히 가슴을 후련하게 해 준다 ....^*^
청승 떤 두어시간이 훨씬 지난 여덟시 반쯤
가로등만 비맞으며 졸고있고
인적이 끊어질듯 외진 그 곳
으시시 무서움에 칠십 고령의 늙은이도 일어서지는 시간
핱팬피에 우산쓴 늘씬한 여자애들 호호호 깔깔
는실는실 계단으로 내려선다
건장한 머슴아들은
둘씩 셋씩 아직 거니는
으슥한 그 곳을 .....
내 손녀가 생각나기도 하고
옆집 고운 여학생 생각도 나고
마장교로 올라서서 애들이 사라지는 먼 개울가를
넋잃고 서 있다
누군가가 괴롭히면 어쩌나 어쩌나
또 쓰잘데 없는 기우로 ....!!
오래 살아보니 생각이 많아지고
영글게 마무리도 못 할 지지부진한 생각들
머리에 머리로 꼬리에 꼬리로
하루해가 짧다
내 외할머님이
시할머님이
아주 많이 생각나는 긴 밤
객적은 비는 왁 왁
마장교를 헐 듯 쏟아지는데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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