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의 먹거리.

아구는 커녕 미더덕도 안 들어간 아구찜 만들기 .....^*^

로마병정 2011. 10. 1. 07:37

 

 

저녁상에 올릴 반찬이

집나갔던 여름 휴가때처럼 아득이다

김치가 없을땐 상이 다 빈듯 허전하지만

김치만 달랑 있을 땐

참 민망스러운 상차림이다

 

뭉기적 뭉기적 마음하나 냉장고속으로 보내고

이칸 저칸 생각으로만 뒤지고 있는데

덜썩 ..........

씽크대위에 검은 비닐봉지 대여섯개 팽개쳐 진다

뭐예요

응 그냥 이것 저것

 

영감님이 이것 저것 할때엔

시장 구퉁이에 쪼그리고 앉으신 노인분들의

시들어빠진 찌꺼기들이다.

 

장사하시는 노인들껜 헤프게 선심 쓰고  

집안으로 들어와선 마누라 잡고 ......^*^ ^*^ ^*^  

 

      아구찜처럼 왜 국물 자작하게 왜 그런거 있잖아 여보  ...

음성속에 미안함이 섞여있다.

 

      이 찌꺼기들 갖고 아구도 없는 아구찜을 만들라고라 .....^*^

 

우선 두가지를 찜통에 앉혀

스윗치를 올렸다. 

호박은 얄팍하게 썰어 양념간장을 뿌릴것이고

가지는 치아부실님을 위해 무칠것이고 


 

냉장고 발칵 뒤집어 있는재료 다 꺼내

재주한번 부려볼까나 

 

호박도 가지도 토막내어 살짝 데치고

그 물에 지그재그로 칼집 넣은 오징어 데쳐내고

혹여 맛난게 녹아있을지도 모를 그 물에 

콩나물까지 데쳐냈다

 

양파 목이버섯 느타리버섯 청 홍풋고추

옥상표 굵은파

옥상표 쪽 파

 

 

 

 

여름을 지낸 녹말 냄새라도 날까 몽땅 쏟아버려서 없는데

 

  감자를 두개씩이나 갈았지만 

   내려진 물녹말은 시알따끔이다. 

   재료들을 데칠때 소금을 넣었던 터

   소금 아주 조금에

   고추가루 마늘다진거 생강다진거 정종조금

   참기름 설탕조금 후추가루로

   양념다대기 만들어 숙성중

 

 


모두 섞어 달 달 볶다가 다대기를 넣고 살 살

다시 물녹말 질축하게 찔끔 넣고  골고루 버므리니

 

 

 

족보에도 없고 이름도 없는

아구도 미더덕도 들어있지 않은 아구찜 완성

 

특별 케이스에나 사용되는 오목한 도자기그릇에 담아 대령하니

너무 좋아 웃는 영감님 눈이

감았는지 떴는지 구별조차 되질 않는다 ...^*^

 

족보가 없어 이름도 없는 메뉴

그래도 성공한 한 끄니였다 ....^*^

  


 

가지와 애호박을 살짝 데친것은

치아가 부실한 영감님 혹여 기름에 볶아지느라 질겨지면 어쩌나였다

 

만약 애들을 먹일것이었다면

날것으로 볶았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