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는 물에 씻으면 미끌 미끌 가루로 빻아지지가 않아
베보자 빨아가면서 말끔이 닦아내고
가라 앉힌 엿기름 물에 약하게 내린 불에서 시날 고날 삭힙니다
팔 팔 많이 졸여 메주가루 고추가루 소금에 버므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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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렴으로 버므리는 고추장은
금새 간의 가늠이 불가능 해
하룻저녁을 젓으면서 두었다가 다시 젓으면서 소금을 넣습니다
찍어 먹어 보고 매운기도 가감 하고 또 찍어 맛 보고 ...^^
▽
우선은 옥상으로 올려다 항아리에 담고
유리뚜껑을 덮어 겉을 말립니다
소금으로 덮으면 녹으면서 구멍이 숭숭 색이 바랩니다
바싹 말린 다음에 소금이나 설탕으로 덮을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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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
찹쌀 한 말 빻아 반은 여름내 김치담을 풀쑤는데 사용할거고
반은 엿기름 풀어 약한 가스불에 올립니다
운김만 넣고 가끔 젓어주면
차 차 삭아 멀겋게 풀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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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매우면 다시 사야할까 걱정중이었는데
포천 동생 친구가 매운고추가루를 보냈습니다
경동으로 또 달려 나가야 했거든요
오십여년 단골 고추집이 문을 닫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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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낑낑 옥상으로 올라 항아리에 넣습니다
힘은 들어도 마음이 얼마나 개운하던지요
한켠에선 메주 건져낸 간장이 다려지고 있거든요
한꺼번에 간장 고추장 해결내는 즐거운 봄날입니다.
▽
작은 건 보리 고추장 큰 건 찹쌀 고추장
그 곁의 노랑 항아리는 강황가루 얹은 된장입니다
찌는 듯 한 여름 날
벌레도 곰팡이도 막아준다해서 해마다 ...^^
▽
팔 팔 끓는 간장을 그냥 들이 붓고 뚜껑을 덮습니다
김이 서린 뚜껑에 물방울이 조롱 조롱
황나인지 숙고사인지 한복기지 죽 죽 찢어 몽조리 덮었습니다
이제 파리가 아무리 들끓어도 이상 무입니다.
▽
앞마당 저 끝에 옹기 종기 키 맞춰야 어울리는 장독
옥상뿐인 우리집에선
그냥 나란히 나란히 앉혔습니다
그래도 일년 장농사가 끝나서 날아 갈 듯 개운하네요.
▽
★ ★ ★ ★ ★ ★
부셔내려던 항아리 전다구니에 붙어있던 고추장
뜨물에 불려 된장 한숫깔 함께 찌개를 끓입니다
목삼겹 갖가지 버섯 다진마늘 다진생강 감자 애호박 두부 청양초
▽
불렸던 당면 끓는 찌개속에 넣고
옥상표 대파도 툭툭 잘라 넣고 고추가루 찔끔 마무리
매콤하고도 구수합니다
달래라도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안타깝네요 ...^^
▽
맛맛으로는 보리고추장
찌갯거리로는 찹쌀고추장
만사가 귀하던 세월의 쓰임새와 전여 다르게 뒤바뀐 고추장입니다
소싯적 생각속에서 늘 옛음식만 고집하는 영감님
보리고추장이 찐득이지 않아 더 맛나다나 뭐라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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