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밥솥에 스윗치를 누르고
얄팍하게 저며주는 작은 기계로
오이 한개를 족 족 잘라 손등에 가득 붙였다.
우리집 꽃양귀비 구경들 하셔요 ...^^
찜통같은 날씨에
춘천 메밀밭 가자는 영감 따라 줄래 줄래 나섯겠다
하얀 메밀꽃은 커녕 가을 들판처럼 누르스름
꽃 한송아리를 비비니 가루가 되어 나른다.
쨍 쨍 햇볕에 우리까지 딱 여섯사람
에구 처량한 이 꼬락서니가 메밀꽃밭이라니 ...
뒤늦게 도착하신 담당 어르신 보고
시내로 나가는 택시를 부르게 도와달라 했더니
아니 자가용으로 오셔야지요오
이런 모습 보러 자가용을 타고 와요
물이라도 좀 뿌려주시지 사람만 부르지 말고
노여움에 찬 울영감님 퉁명스러운건 당연지사
뙤악볕에 꺼부덕 삼십분은 걸어 파출소로 들어섯다
얼음을 동 동 띄운 물을 쥐어 주면서
잠시 앉아 쉬셔요 택시 불렀어요
구세주는
하늘에만 계심이 아니었던가베 ...()...
돌아오는 지하철 속
몇사람 건너 정갈하신 노인분이 앉아계셨고
하이얀 손에 보석반지 그리고 예쁜 팔지까지 끼셨다
오이를 더댁으로 붙여서라도 손을 좀 하얗게 만들리라
손이 이렇게나 부끄러워 본적은 드물었다
김장때도 장갑을 못끼는 상스런 근성
뜨겁거나 차지않으면 절대로 장갑을 못끼는 미련함
장갑도 이제 꼬박 꼬박 끼어야겠고
그래서 깊숙히 쳐박힌 진주반지 꺼내야겠다
얼굴 못생긴건 내 죄가 아니지만
막노동꾼 손은 전적으로 내 죄리라 ...
근데 종일 밭일이라도 한 양 거므티티한 이 손은
오이 몇접을 저며 붙여야 하얘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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