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넋두리 방

하얘지려나 오이저며 손등에 가득 붙입니다 칠십여 평생 처음으로 ...

로마병정 2017. 6. 24. 21:27







전기 밥솥에 스윗치를 누르고  

얄팍하게 저며주는 작은 기계로

오이 한개를 족 족 잘라 손등에 가득 붙였다. 




우리집 꽃양귀비 구경들 하셔요 ...^^








찜통같은 날씨에

춘천 메밀밭 가자는 영감 따라 줄래 줄래 나섯겠다

하얀 메밀꽃은 커녕 가을 들판처럼 누르스름   

꽃 한송아리를 비비니 가루가 되어 나른다. 


쨍 쨍 햇볕에 우리까지 딱 여섯사람

에구 처량한 이 꼬락서니가 메밀꽃밭이라니 ...


뒤늦게 도착하신 담당 어르신 보고

시내로 나가는 택시를 부르게 도와달라 했더니

아니 자가용으로 오셔야지요오















이런 모습 보러 자가용을 타고 와요

물이라도 좀 뿌려주시지 사람만 부르지 말고 

노여움에 찬 울영감님 퉁명스러운건 당연지사  


뙤악볕에 꺼부덕 삼십분은 걸어 파출소로 들어섯다

얼음을 동 동 띄운 물을 쥐어 주면서

잠시 앉아 쉬셔요 택시 불렀어요 


구세주는

하늘에만 계심이 아니었던가베  ...()... 
















돌아오는 지하철 속

몇사람 건너 정갈하신 노인분이 앉아계셨고 

하이얀 손에 보석반지 그리고 예쁜 팔지까지 끼셨다

 

오이를 더댁으로 붙여서라도 손을 좀 하얗게 만들리라

손이 이렇게나 부끄러워 본적은 드물었다


김장때도 장갑을 못끼는 상스런 근성 

뜨겁거나 차지않으면 절대로 장갑을 못끼는 미련함


장갑도 이제 꼬박 꼬박 끼어야겠고

그래서 깊숙히 쳐박힌 진주반지 꺼내야겠다


얼굴 못생긴건 내 죄가 아니지만

막노동꾼 손은 전적으로 내 죄리라 ...

















근데 종일 밭일이라도 한 양 거므티티한 이 손은

오이 몇접을 저며 붙여야 하얘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