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의 먹거리.

개 보름 쇠듯 .....

로마병정 2019. 2. 21. 00:36






열사흘 부터 잡곡밥 거리 줏어 모아 불리고

아홉가지가 넘어 열 서너가지 나물 삶아 울쿼 다듬고

나흘 새벽부터 서둘러 찜통에 익히고 기름에 볶아

부지런 떤 덕분에

친구들 부모님의 점심식사때에 꼭 맞춰 배달하던 바지런함

지금 난 사람도 아니여 ...


노인이 아닌 여자로 익어가고 싶었는데

사지는 멀쩡해도 골고루 고장난 노인으로 전락

그래도 구물 구물 난 여자노릇에서 손을 놓지 않으련다 ...^^


작년부터 잡곡밥을 짓지 않았다

늘 먹는 잡곡밥에 나물인것을

돌아가신 엄마가 내려다 보시곤

에구 저애가 개보름을 쇠는구나 혀를 차셨을게다.





그대신 난 별식들을 준비한다

북어 두쾌를 잠시 불려 말끔하게 뼈 발려

바구니에 한참을 물을 삐고 껍질 부분에 칼집을 낸다.




고추장 고추가루 맛간장 돌복사청에 양파 배 갈고

마늘 섞어 참기름 정종 듬뿍 발갛게 양념장을 만든다

파는 넣지 않는다 팬에 눌러붙어 익기도 전에 타기때문에 ... 


 






양념을 30여 분 숙성시키고

등쪽에 칼집 낸 북어에 질척 질척 골고루 무쳐준다 

간을 보느라 우선 한마리 지져 영감님 앞에 대령.

..

 






지용성인 가지 서너토막을 내어

전다구니에 남아도는 영념도훑을겸 함께 지진다

양념장에는 파를 넣지 않았기에 완성품에 몇알갱이 얹었다.







북어 무쳤던 양념으로 돼지 목삼겹 네근을 무쳤고

통채로 칼집을 낸 오징어도 10마리 무쳤다

오징어가 조망만해서 파이다 ...^^

 






깊은 밤까지 구물거려 피곤 완성해선 모두 내려 보낸다

그리고 작은 팩에 세가지 골고루 나눠 담아

떠러져 사는 애들이 오면 먹이려고 얼렸다.


 






☆   ☆   ☆   ☆   ☆   ☆





난 꼭 무말랭이를 열나흘 부터 꺼내 무친다

하룻저녁 물섞은 간장에 불렸다가

진한 농도를 만드느라 그 간장 따라내어 팔 팔 끓여 다시 붓고 무친다 


 





미나리 부추 머리쪽 하얀부분 쪽파  

대파는 미끄덩거려서 넣질 않는다

이것도 몫몫이 나눠 내려 보내고 ...







☆   ☆   ☆   ☆   ☆   ☆





발갛게 무친 돼지고기나 북어 오징어를 먹을때엔

꼭 배추속대와 각종 쌈을 곁들인다 막장이 당연 필요

된장에 서목태 청국과 풋고추랑 각종 양념에 두부 넣고 

 

 






말끔하게 손보아 보내주신 노당님표 들깨 볶아 거피한것

듬뿍 넣고 여러그릇으로 담아 내려보내고

또 자그마한 그릇에 나누어 얼려 언제고 필요시에 꺼낸다 .


 






☆   ☆   ☆   ☆   ☆   ☆





냉이의 맛과 향이 아마도 지금이 가장 피크일 듯 

팔 팔 끓는 소금물에 데쳐

고추장 고추가루 갖은 양념에 3배식초 들뜨리고 무쳤다.


 






따순 봄기운에 요즈음 달래가 흔하다

쫑쫑쫑 짧게 자른다 그렇게 안 자르면 머리끄덩이 처럼 ...

갖은 양념에 돌복사청으로 달콤하게 무친다


 






팔팔 소금물에 기절만 시킨 미나리

지금 한창 살이 올라 사각 사각 향까지 좋다

고추장과 고추가루 갖은 양념에 무친다.


 





 푸른초원이닷

빨간 세가지 요리조리 넣어 맛깔스럽게 볶았는데

수저들고 앉은 상에 사진기 들이대기 민망에 통과 아깝다 먹음직 스러웠는데  ...







지금은 개사료가 있지만 

음력 정월 대보름엔 개가 굶다시피 했답니다

먹이질 않았다는 설도 있구요


그래서 찬이 없거나 부실한 밥상을 보면

개 보름 쇠듯이란 말을 쓴다네요

그래도 난 개보름 쇠듯은 아닌거지요 ...^^





나날이 따수워지네요

즐거운 봄 날들 되셔요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