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넋두리 방

비었읍디다 **

로마병정 2005. 11. 21. 18:39

 

다녀와서 따도 늦지 않으리

쌓아놓은 고추가 발목을 잡긴해도
절여놓은 배추가 기다리는것도 아닌데 ..


아들  출근 시키려면

얼렁얼렁 다녀오리 .

 

덜 낑기는 바지 입어 보려면 부지런히 걸어야 해 .
뒤척이기 조차 버거운 몸을
억지로 일으켜 세우는 고달픔 .

 

쌀은 다녀와서 씻으리라  ...

 

앞도 잘 안뵈는 개천가가 생각외로 경쾌하다
바람은 적당히 선들거리고
반짝거리는 물결이 유난스레 곱다랗다

 

오리들 곤두박질 바쁜데
숨죽인 백로 물속만 주시하며 그림인양 서있다
갈매기 조차 끼룩거리며 기웃거리는 ...
마장천 변의 희미한 새벽 ...

 

주-스 한잔으로 잠 쫓는 아들녀석
서두르는 옆에서 쌀통을 열었다 .

 

이럴수가 ... 텅비었다 ...

 

셋째딸애
정성들이고 사랑까지 듬뿍넣어 택배로 보내온 쌀
내 자랑까지 보태진 밥은
세상에 없는 맛이었느니 ...

 

그런데 비었어 ..
어느틈이었을까
다 먹어버린게 ..

 

이젠
쌀통이 비는것조차 가늠이 힘겨워

 

쌀 장만이 버거운 옹색함이었다면
얼마나 서러웠을까
모처럼 쌀 떨어진 부엌 한켠에서 우리부부
박장대소로 집안이 울린다 .
 
배추 아주머니가 정성스레 싸준 고구마 삶아
김치 송송 멸치 몇개넣은 멀건 김치국
아침을 때웠느니라

 

이승에선
다시 찾아 먹을수 없는
소중한 이 아침을 ...

 

글쎄 고구마로 ...

 

<2005.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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