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넋두리 방

보름준비 ..

로마병정 2008. 2. 16. 10:37

오늘은 열흘

달님도 반하셨나

내 들창 기웃이며 만발한 난꽃에 푹 빠져계시다.

난 또 그달님에 반해 밤잠을 설치고 .....

 

비가 오신다

눈이 오신다

옛어른들은 비에게도 눈에게도 존대어를 쓰셨다

우린 그냥 자연스레 따라하게 되었고 ...

 

시레기 삶아내는 향기며

갖가지 나물 삶아내는 향기를

정월 열흘안에 온 집안에 가득 풍기게 하라시던 엄마의 엄포?

그 이유 또한 난 잘 모른다

그냥 자라 오면서 법인양 보았고

돌아가신 지금에사 꼭 열흘안에 실천을 한다.

필경은 엄마를 그리워 함이리라 ...

 

총각무 45 단에서 떼어 낸 무우청

암팡진 동생이 보내 준

처음으로 먹어 볼 다문다문 뽕이 섞인 채 말려진 뽕나무 순

늙음으로 들어서던 호박오가리

오색에서 구입한 목이버섯

지리산에서 지인이 보내 준 고사리

어거지로 말려 보관했던 고춧잎

묵나물이라나 산나물 섞어 말린거 ..

더불어서

씀바귀 뿌리 조물조물 새콤 달콤 빨갛게 무치고

새파랗게 시금치 좀 곁들이고

싱싱한 오징어 하루저녁 살짝 간했다가

배도 밤도넣고 풋마늘 채쳐넣고 쪽파도넣고 실고추에 송송 풋고추까지 들뜨리면

히히 거리며 좋아 할 애들생각 미리 보여져

나또한 히히 웃어가며 준비하는 기쁨! 

감히 무엇에 비교하랴 .....

 

식혜는 벌써 아침에 앉혔겠다

곶감이 남아도니 수정과를 할까 말까

누군가가 옆에서 그거 맛있는데 거들면 생강사러 휭하니 뛰어가련만 ...

 

서울 사람들은 정월 초하루보다 정월 대보름을

더 큰 명절로 여긴다시던 엄마

돌아가시기 전엔 앙탈로라도 비켜갈 수 있었는데

돌아가신 지금에사 타협 해 볼 재간이 없으니 ...

둥싯 둥싯 기억 해 내며

엄니의 보고픔을 이렇게 풀어낸다 .

 

그래서 딸로

또 그 딸의 딸로 솜씨는 이어지는가 보다.

엄마의 아기자기한 만가지 솜씨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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