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넋두리 방

시조부께 가는길 ...!!

로마병정 2009. 4. 28. 10:12

 

시할아버님 기일은 음력 단오 전날

그 할아버님 찾아 나서는 길은 일년에 딱 세 번이다.

 

대한제국에서 제일 부잣집 따님을 새악씨로 맞아 들이시고

철부지 새악씨는 늘 친정살이를 하셨다던가

농사에 서투시고

일에 서투시니

자꾸만  친정집으로 나스셨다던 ...

줄줄이 딸을 낳으셨고

그 따님들의 시중은 울시어머님 차지셨다고

웃으시면서의 시아버님  말씀을

늘 동화처럼 들었었다.

 

시할머님께

식혜를 하렵니다 가르쳐 줍시사 여쭈었더니

그 거 새하얀 밥알이 동동 뜨느니만 앵무새처럼 뇌까리셨다.

그 후부터 고추장이고 간장이고를

할머님께  여쭌적이 없었지 싶고 ....^*^ 

 

아침 점심 저녁 식후에 말끔이 씻으시고

염주를 돌리시는 일로 하루를 소일

바둑알 54개를 곱게 씻어 작은 쟁반에 담아드리고

색보자기를 만들어 씌어 드렸더니

함빡 함빡 보실적 마다 웃으시던  할머님

 

시할아버지 봉양은

늘 시어머님 차지셨다고

마나님의 시중이 부실하셨을 울 시조부님

아마도 일찍 소풍끝내신 핑계일수도 있으리라 ... ^*^

 

해소가 심하시던 할아버님을

애들 젖 물리기 전에  짜 내어

따끈하게 데워 한대접씩 드렸다던 시어머님

그리하라 젖이 풍부했었나로 웃으시던 내 시어머니 ...^*^

 

버스에서 내려서도 한시간 가까이 걸어들어가는 할아버님 계신 곳

동네를 가로질러 들어가야 하는데

그 길몫엔 돼지우리

사슴 우리

수백마리 닭을 키우는 닭장

그리고 은은한 음악을 틀어놓은 소기르는 곳까지 지난다.

 

그러나

돼지 기르는곳은 차마 들여다 볼수가  없다.

닭도 사슴도 소도 다 자유롭게 풀어 놓았는데

 집터미 만큼 커단 허연 돼지가 사는 울은

돌아눕지 못할정도로  좁다.  

근수가 줄까봐서 좁게 만든다던가

수십마리 돼지를 칸칸이 한마리씩  가두었고

들여다 볼 적마다 돼지는 옆으로 누운 상태

가슴이 짠 하니 저리던 기억이 난다.

 

어느땐 며칠씩 눈에 아른거리는 그 광경

옛날 동란때 보았던 돼지 우리는 혼자 뛰게 정도는 컸었는데 ........!!

 

우리 사람에게도 신이 계시다면

그 미물에게도 신이 존재하리라  ..._()_

 

돌아누울 정도라도 넓었더라면

지금처럼

그들의 신이 노하지는 않았을 터

되갚음을 받는 것이리라 

돼지 인풀우렌자가 사람을 잡고 있다는 뉴스에

문뜩 할아버님 산소 가는길의

좁아터진 돼지 우리가 아른거림은 왠 조화일까 ...!! 

 

 

 

 

 

 

 

 

'살며 생각하며 > 넋두리 방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냥 가니?  (0) 2009.05.11
절대로 부럽지않은 젊음 ...  (0) 2009.05.04
하찮은 보물들.  (0) 2009.04.18
천안 가는 길 .....  (0) 2009.04.13
엄마의 얼짠지 ...  (0) 2009.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