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할아버님 기일은 음력 단오 전날
그 할아버님 찾아 나서는 길은 일년에 딱 세 번이다.
대한제국에서 제일 부잣집 따님을 새악씨로 맞아 들이시고
철부지 새악씨는 늘 친정살이를 하셨다던가
농사에 서투시고
일에 서투시니
자꾸만 친정집으로 나스셨다던 ...
줄줄이 딸을 낳으셨고
그 따님들의 시중은 울시어머님 차지셨다고
웃으시면서의 시아버님 말씀을
늘 동화처럼 들었었다.
시할머님께
식혜를 하렵니다 가르쳐 줍시사 여쭈었더니
그 거 새하얀 밥알이 동동 뜨느니만 앵무새처럼 뇌까리셨다.
그 후부터 고추장이고 간장이고를
할머님께 여쭌적이 없었지 싶고 ....^*^
아침 점심 저녁 식후에 말끔이 씻으시고
염주를 돌리시는 일로 하루를 소일
바둑알 54개를 곱게 씻어 작은 쟁반에 담아드리고
색보자기를 만들어 씌어 드렸더니
함빡 함빡 보실적 마다 웃으시던 할머님
시할아버지 봉양은
늘 시어머님 차지셨다고
마나님의 시중이 부실하셨을 울 시조부님
아마도 일찍 소풍끝내신 핑계일수도 있으리라 ... ^*^
해소가 심하시던 할아버님을
애들 젖 물리기 전에 짜 내어
따끈하게 데워 한대접씩 드렸다던 시어머님
그리하라 젖이 풍부했었나로 웃으시던 내 시어머니 ...^*^
버스에서 내려서도 한시간 가까이 걸어들어가는 할아버님 계신 곳
동네를 가로질러 들어가야 하는데
그 길몫엔 돼지우리
사슴 우리
수백마리 닭을 키우는 닭장
그리고 은은한 음악을 틀어놓은 소기르는 곳까지 지난다.
그러나
돼지 기르는곳은 차마 들여다 볼수가 없다.
닭도 사슴도 소도 다 자유롭게 풀어 놓았는데
집터미 만큼 커단 허연 돼지가 사는 울은
돌아눕지 못할정도로 좁다.
근수가 줄까봐서 좁게 만든다던가
수십마리 돼지를 칸칸이 한마리씩 가두었고
들여다 볼 적마다 돼지는 옆으로 누운 상태
가슴이 짠 하니 저리던 기억이 난다.
어느땐 며칠씩 눈에 아른거리는 그 광경
옛날 동란때 보았던 돼지 우리는 혼자 뛰게 정도는 컸었는데 ........!!
우리 사람에게도 신이 계시다면
그 미물에게도 신이 존재하리라 ..._()_
돌아누울 정도라도 넓었더라면
지금처럼
그들의 신이 노하지는 않았을 터
되갚음을 받는 것이리라
돼지 인풀우렌자가 사람을 잡고 있다는 뉴스에
문뜩 할아버님 산소 가는길의
좁아터진 돼지 우리가 아른거림은 왠 조화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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