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넋두리 방

시발택시와 첫날 밤 ...^*^

로마병정 2010. 8. 17. 07:13

 

 먹는것조차 힘겨웠던 1960 년대

난 초라한 혼수보퉁이를 꾸려 시집을 갔습니다

생긴것도 배움도  그리고 오래된 초가처럼 기우러진 집안사정으로 해서

일이나 쿵쿵 잘 하면 조금은 귀여움을 받으리라

칠남대 맞인 자리로  거리낌없이 나섰지요

 

그때에는 가난해도 약혼이라는 걸 했었는데

허리꼬부라지고 머리 쌔하얀 할머님 한 분

자꾸만 제 손을 잡으시기에

친척이신줄 알았습니다

시할머님인줄 알아 챈 건

아주 나중이었지요 ...^*^

 

고종황제 다음으로 자가용을 사들이셨다는

 큰 부잣집 막내따님

늘어놓으시는 그  자랑으로 해서 

난 바쁜 나날이

늘 더 바빴습니다  ....^*^

 

 

나보다 한 살 위인 시뉘 약혼날을

우리 혼삿날로 함께 잡았습니다

 

어차피 오실손님들 그분이 그분

한번 차린 음식으로 두번의 행사를 끝내자는

늘 소금처럼 알뜰스런 내 남편의 제안이

하느님 말씀처럼 받아 들여졌습니다 ....^*^

 

 

 손님들 벅쩍 벅쩍 정신없는 더웠던 날 

신랑친구들  돌아간다 설칩니다

배웅하자는 신랑말에 선뜻 나섯고

손엔 손수건 하나 들려지지 않았었습니다

 

집에서 조금 떠러진 사거리엔 이 시발택시 종점이 있었어요

친구들 보내놓고

신랑이 다음번 차 들어오면 우리도 타자합니다

거역할 생각조차 감히 못했지만

암담했습니다

뒤미쳐 차는 들어오고

끌어당기는 신랑에게 그냥 얹혀져서 차를 탓습니다

손수건 한장조차 챙기지 못한 신혼여행 ....!!!!!

 

우리들이라도 부모님께 폐 되지 말자면서

없는 돈 쪼개시느라 애쓰실거 같다고  

*

*

광화문을 구경갔다가

박물관에서 이 시발택시를 본 순간

 

퇴계로 뒤 좁은 골목 속

어느 조그마한 여관의 첫날밤이

주마등처럼 떠 올랐습니다

 

그 여관의 주인 할머님 내외

가난스런 냄새를 맡으셨을까  

같이 밥먹자  

당신 밥 덜어 들뜨려 주시면서

더 먹어라 더 먹어  

친손주인양 살뜰하게  챙겨 주시던 ...._()_

 

가난은

늘 내겐

끊어질듯 이어지는 아픔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