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의 먹거리.

고운 보라색의 무장다리로 김치를 담습니다.

로마병정 2012. 5. 30. 07:00

 

 

 

 

봄으로 들어서는 어느 날

영감님 왈 주차장 밭에 무얼 심을까나

작년 김장전에 담았던 총각무우 생각에 그걸 심으시라 권고

 

아무것도 모르는 은찬할미는

그저 알타리건 무건 아무때고 심으면 먹을수 있는 줄 알았답니다.

 

총각무씨가 없어 무씨 뿌렸다는 영감님 보고에 

잘 커주지 않는다면 까지꺼 동치미 담지 뭐 ....^*^

 

무가 크지도 않으면서 쫑이 올라온다고

영감님 성화이봉사가 시작되었습니다

 

몇달 물뿌리고 정성쏟은 우리집 밭 농사

이노릇을 어찌하나

더군다나 아우성으로 끼어있는 진딧물

 

1.5m x 3m 되는 무밭에서 뽑아낸 무

버리고 싶은 맘은 굴뚝이었지만

그간 영감님의 노고가 안스러워 보라색의 고운 장다리만 잘라 골라 담았습니다.

 

 

손가락 크기의 무까지도 모두 ....^*^

▼ 

    

 

 

 

아무짝에도 소용되지는 않지만

작게 작게 잘라 깎두기를 해보자

 

 

 

꼴에 김치재료는 다 필요

고추가루,  홍고추,  파,  생강,  마늘,  굴러다니는 배반개,  매실액,  새우젓,

 

 

 

 간이 조금 싱거운거 같아서 곤쟁이젓으로 간 보충

 

 

 

진딧물 붙은 거 다 제쳐내고 나니 씨알따끔

그래도 이름이 김치이니 절여야 하고

 

 

 

식힌 풀에,  고추가루,  매실액,  까나리액,  마늘,  파,  생강, 

설탕조금,  청 홍고추,  

 

 

 

혹여 뽑다가 옆집사람에게라도 들키면 그것두 농사유 창피할거 같아

꼭두새벽부터 뽑으며 설친덕에 일찌감치 끝내고 .....^*^

 

 

 

해가 길어지면 심심 할 거 같아

옥상이나 옥탑이나 주차장이나 씨뿌린다면 무조건 고개 끄덕이는 나

실은 귀찮을때가 참 많습니다

깻잎 몇장 아욱 한줌  시금치 몇줄기  그리고  열무 몇포기

 

솎아오고 잘라오고 뽑아오고

시도때도 없이 재미삼는 영감놀음에

난 다듬고 데치고 무치고 얼리고

어느땐 풀쑤어 김치담고 ... **&^%$#@*!**

 

이제 고만 농삿일은 끝내고 화초 심어 꽃구경이나 하십시다

푸성귀는 물값도 안나오는구만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이 말을 꿀꺽 도로 넘기지요.

 

허긴

물값 몸값 따지다가 금새 잊고

이제 또 뭘 심을까

함께 고민하며 머리 맞대는 은찬할미거든요 ...^*^

 

무장다리로 어찌 김치담글 생각을 했느냐구요

육이오 동란때 먹었던 매콤하고 달콤하고 아작거리던

끝을 조금 잘라 제쳐 조르르 껍질벗겨 먹던 기억이 났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