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우제에서 돌아와 벗어던진 양말 속엔
문정 문정 떠러진 내 발목살이 하얗게 붙어있었다.
평생을 옥색 고무신만 신으시던 내 시엄니
여름엔 쌍그랗게 모시옷만 고집하셨고
겨울엔 하늘색 유똥으로만 반듯하시던 분
양영대군의 후손이시라
모양새 한번 흐트러지지 않으셨고
늘 꼿꼿이 당당하시던 분
온몸 곳곳을 파곤 든 암으로 해서
정신이 몽롱해 지실때서야
나 오줌마려
나 똥마려
하필 집 지을 때 편찮으시어
인부들 흩어진 후에야 허우단신 병원으로 달려갔었고 ...
정신이 없으셨어도
은찬 아범만은 알아보시고
길떠나시는 마지막까지
그 애한테서 눈길을 떼지 않으셨었다.
오늘이 그 시엄니 기일
차돌보다 차갑고 당차셨던 쌩 쌩 냉기돌던 분
늘 오금을 펴지 못하던 나
차가운 시엄니 되지않으리
앙금남기는 차돌맹이 어른은 아니되리라
걸음마다 결심했고
닿아지는 눈길마다 정신을 챙겼다.
요즈음 구매 구매
갖추지 못한 혼수로 은근히 구박받았던
조선의 갑부
배석환씨의 막내셨던 내 시할머님
그 분까지 그리워지는걸 보니
이제 그분들 뵈오러 갈 날 얼마남지 않았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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